조회 수 1890 추천 수 1 댓글 1

춘추전국시대에 월나라 구천이 패권을 차지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명신이 바로 범려와 문종이다. 월나라 구천은 범려와 문종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상장군과 승상으로 임명하게 된다. 이후 범려는 월왕 구천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월나라를 떠났다. 그리고 문종에게도 ‘토사구팽’이라며 월나라를 떠나라 충고한다. 하지만 문종은 월나라를 떠나지 않았고, 구천에게 반역을 의심받아 억울하게 죽게 된다.

 

범려가 문종에게 했던 충고에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토끼 토(兎), 죽을 사(死), 개 구(狗), 삶을 팽(烹)으로 토끼 사냥이 끝나면 개를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위의 이야기에서 구천은 월나라 왕이 되기 위해 문종을 이용했다. 하지만 월나라 패권을 차지한 이후 문종이 필요 없어지자 죽인 것이다. 즉, 범려는 문종에게 토끼사냥 이후 쓸모 없어진 개를 삶아먹는 사람들처럼, 왕은 쓸모 없어진 문종을 내쫓을 것이라 충고한 것이다.

 

우리대학 동물병원 관련 사태를 취재하면서, 수의과대학 대학원의 학우들도 어쩌면 ‘토사구팽’ 당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학교가 대학원생들을 많이 뽑아 놓고 실습이라는 이유로 많은 일을 시켰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제 실습에서 빠지라고 통보한 것 아닌가. “합격 시켜놨으면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하던 한 대학원생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시점이다.

 

물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토사구팽이 없었던 시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지금도 만연한 상황일 것이다. 조선시대에서 정도전도 토사구팽 당했다고 한다. 초한지에서 유방이 한신을 죽인 것도 그렇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정치적 숙청을 당한 안와르 이브리함도 있다. 또한 인간의 기대 수명도 높아지며 은퇴인구가 앞으로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는 소식과 함께, 그 인구가 토사구팽 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토사구팽’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처사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우리대학 동물병원은 대학병원으로서 교육 의무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대학 수의과대학 대학원의 학우들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임상실습환경을 기대하며 비싼 등록금과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이번 수의대학원생들의 토사구팽 사태를 보며 절대 연민과 함께 슬픔도 느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여기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보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 엄청나게 큰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학우들이 저런 일을 당하니 안타까웠고, 나도 언젠간 저렇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슬펐다는 걸 전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그냥 좀 학생들을 존중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이다경 기자  lid0411@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545 건대교지 [카드뉴스] 나도 당했다 #ME TOO [14] file 건대교지 18.02.25 3234793
11544 건대교지 [카드뉴스] 건국대의 위인들을 위한 서비스, 위인전 [16] file 건대교지 18.02.25 3235475
11543 건대교지 [카드뉴스] 올림픽은 스포츠 못지않게 섹스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12] file 건대교지 18.02.25 3231896
11542 청심대 일상 무슨팬 써? Csion 18.02.24 102
11541 청심대 일상 <온리 더 브레이브>, 진정한 용기에 대해. 김노인의영화리뷰 18.02.24 91
11540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클래식기타동아리 뮤즈에서 45기친구들을 모집합니다!! [1] file ku뮤즈 18.02.23 183
11539 청심대 일상 블랙팬서 아아아아아아 18.02.22 53
11538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혼자서는 영화를 즐길 수 없다. 영화동아리 햇살에서 부원을 ... file 쿠와아앙 18.02.22 551
11537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마르크스주의로 세상보기 신입회원 모집중입니다! file 마르크스주의로세상보기 18.02.21 204
11536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대학교 피아노 동아리 선율에서 신입부원을 모집합니다! &... file Neits 18.02.20 351
11535 KU 미디어 [입대시그널] 본영상 [3] file ABS 18.02.19 3296
11534 동아리 모집 건국대학교 중앙 밴드 동아리 : 소리터 file ???? 18.02.19 230
11533 청심대 일상 <흥부>, 피다가 져버린 꽃. [4] 김노인의영화리뷰 18.02.17 95
11532 KU 미디어 [보도]어서와 대학은 처음이지?-각 단과대 예비대학 열리다 [4] 건대신문 18.02.15 4974
11531 KLOSET : 패션매거진 [KLOSET VOL.7] 융합인재학부 11 주동일 [7] file KLOSET 18.02.14 25726
11530 청심대 일상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이제는 안정적인 프랜차이즈, 그러나... [4] 김노인의영화리뷰 18.02.13 136
11529 청심대 일상 <염력>, 주제는 좋았으나. [4] 김노인의영화리뷰 18.02.13 87
11528 청심대 일상 <12 솔져스>, 미묘가 시기하네요. [1] 김노인의영화리뷰 18.02.13 81
11527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대학교 농구동아리 아마농구부 (KUAB) 에서 선수 및 매니... [3] file 이근석 18.02.12 275
11526 KU 미디어 [보도]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디지털미디어시대 미디어리터러시를 주도할 ‘... [4] 건대신문 18.02.11 2552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621 Next ›
/ 621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