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933 추천 수 0 댓글 1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십 년 동안 가진 것,/ 몇 십 년 동안 누린 것,/ 몇 십 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1978년 출간된 시집 「새벽길」에 실려 있는 고은 시인의 작품 <화살>의 일부를 옮겨와 봤다. 이 작품에서 고은 시인은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며 세상의 부정의에 맞서겠다고 다짐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는 어김없이 고은 시인의 작품이 등장했다. 선생님들도 고은은 대단한 시인이라고, 그의 시는 아름답다고 누누이 얘기해 주셨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나름의 ‘팬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가 롤모델(Rolemodel)이었을 문학도들도 꽤 있을 거다. 하지만, 입으로만 정의를 외치며 저지른 그의 만행들은 전혀 아름답지가 않다. 추악하다. 과연 그의 ‘화살’이 향한 정의가 도대체 어떤 정의기에 그런 짓들을 저질러 온 걸까.

 

고은 시인이 수많은 문학도들의 우상이었듯, 소위 유명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곤 한다. 이윤택 연출가의 작품을 보며 연극의 꿈을 키워왔거나, 배우 오달수의 연기를 보며 연기자라는 진로에 도전해온 사람들도 있을 거다. 그들을 닮고 싶어, 그들의 자취를 따라가는 학도들도 많았을 거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러한 ‘명사(名師)’들을 우상으로 여기는 것은 왠지 모르게 껄끄럽다. 치부를 드러내며 곤두박질치는 그들의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리라.이즈음에서 중학교 시절, 도덕 교과서 끄트머리에서 봤던 ‘된사람’과 ‘난사람’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도덕선생님은 ‘된사람’이 되는 것이 ‘난사람’이 되는 것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스스로 상품이 되기를 자처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선택받기 위해 ‘난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의 수많은 우상들도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난 ‘난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롤모델로 선택되었을 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능력이 뛰어나 우상화 된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가 목격될 때마다 우리는 실망하며 씁쓸함을 느끼곤 한다. 그들이 도덕적이어서귀감이 된 사람들이 아님에도 말이다.

 

더 이상 ‘나기만 하고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들을 한눈에 알아보기란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래서 당분간 ‘롤모델’은 없을 듯하다.

 

이다경 기자  lid0411@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06 KU 미디어 [ABS NEWS] 2017학년도 1학기 교환학생 OT 열려 [9] file ABS 17.03.06 2695
1005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대학교 유일무이 강연동아리 신입회원 모집 (~3.11까지) [1] file 꾸꿍까까깡 17.03.06 296
1004 동아리 모집 [건국대 소모임] 건국대학교 동행프로젝트 소모임 모집 <모집 마감> [3] file 빠담빠담 17.03.06 459
1003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건국대학교 인액터스에서 비즈니스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해라!! [1] file 12이승우 17.03.05 201
1002 KU 미디어 [보도] 4학년 수강신청 오류 사태… 재발은 없나 [15] file 건대신문 17.03.05 4412
1001 청심대 일상 건대 엔젤리너스 후기 [2] 천둥이 17.03.04 189
1000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영어 칼럼 동아리 <TIME>에서 신입회원을 모집합니다! [1] file 츕팝츄스 17.03.04 454
999 청심대 일상 커피빈 팝콘 [1] file 만족한 밤조개 17.03.04 126
998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IF (International Friendship) [3] file Mg010101 17.03.04 660
997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별과 낭만이 있는 우주탐구회에 신입생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1] file bluepang 17.03.04 401
996 동아리 모집 중앙영화동아리 [햇살]에서 양질의 신입생 모집합니다. ※ 모집 종료 ※ [1] file 재차니즘 17.03.04 528
995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대학교 스노우보드 동아리 <눈꽃>에서 신입회원을 ... [1] file 노아장 17.03.03 338
994 분실물찾기 지갑을 찾습니다. 건대 근처 [5] 오즈 17.03.03 139
993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건국대 목공예 동아리 목방에서 33기 신입회원을 모집합니다! [4] file 뀨륵 17.03.03 537
992 동아리 모집 [자치위원회] 고전음악감상실에서 40기 신입요원을 기다리고 있어요! [1] file 8ㅁ8 17.03.02 342
991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대 예수전도단(YWAM)에서 새 멤버를 모집합니다! 언제든지 :-) [1] file JohnChoi 17.03.02 197
990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대학교 최강 컴퓨터연구회 KCA로 초대합니다! [1] file 도리쨩 17.03.02 337
989 KU 미디어 [보도] 우리대학 축구부, 춘계연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준우승 [13] file 건대신문 17.03.02 3845
988 청심대 일상 영화 재심 [2] 궁시렁대쥐 17.03.02 55
987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합창단 17년도 신입생 모집 [2] file 종현 17.03.01 267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