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899 추천 수 0 댓글 1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십 년 동안 가진 것,/ 몇 십 년 동안 누린 것,/ 몇 십 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1978년 출간된 시집 「새벽길」에 실려 있는 고은 시인의 작품 <화살>의 일부를 옮겨와 봤다. 이 작품에서 고은 시인은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며 세상의 부정의에 맞서겠다고 다짐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는 어김없이 고은 시인의 작품이 등장했다. 선생님들도 고은은 대단한 시인이라고, 그의 시는 아름답다고 누누이 얘기해 주셨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나름의 ‘팬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가 롤모델(Rolemodel)이었을 문학도들도 꽤 있을 거다. 하지만, 입으로만 정의를 외치며 저지른 그의 만행들은 전혀 아름답지가 않다. 추악하다. 과연 그의 ‘화살’이 향한 정의가 도대체 어떤 정의기에 그런 짓들을 저질러 온 걸까.

 

고은 시인이 수많은 문학도들의 우상이었듯, 소위 유명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곤 한다. 이윤택 연출가의 작품을 보며 연극의 꿈을 키워왔거나, 배우 오달수의 연기를 보며 연기자라는 진로에 도전해온 사람들도 있을 거다. 그들을 닮고 싶어, 그들의 자취를 따라가는 학도들도 많았을 거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러한 ‘명사(名師)’들을 우상으로 여기는 것은 왠지 모르게 껄끄럽다. 치부를 드러내며 곤두박질치는 그들의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리라.이즈음에서 중학교 시절, 도덕 교과서 끄트머리에서 봤던 ‘된사람’과 ‘난사람’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도덕선생님은 ‘된사람’이 되는 것이 ‘난사람’이 되는 것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스스로 상품이 되기를 자처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선택받기 위해 ‘난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의 수많은 우상들도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난 ‘난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롤모델로 선택되었을 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능력이 뛰어나 우상화 된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가 목격될 때마다 우리는 실망하며 씁쓸함을 느끼곤 한다. 그들이 도덕적이어서귀감이 된 사람들이 아님에도 말이다.

 

더 이상 ‘나기만 하고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들을 한눈에 알아보기란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래서 당분간 ‘롤모델’은 없을 듯하다.

 

이다경 기자  lid0411@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78 자유홍보 ★다음사전앱 깔기만 하면 뉴맥북에어가 내 손안에!★ 봉평샘물 13.09.06 2626
1177 자유홍보 여러분들의 노력을 사겠습니다. 이쁜곰탱이 13.09.06 738
1176 자유홍보 [대학생 성공 연합 동아리 PIU] 6기 임원진 리쿠르팅 중!! (~9/20) 룸파룸파 13.09.06 834
1175 자유홍보 ◆◆◆◆◆◆ 지금 자신의 전공에 만족하고 있나요? file 강냉이 13.09.05 655
1174 대외활동 언제까지 건입에만 머물건가요!?!?!?!! 건입★탈출 기회를 제공합니다 file 강냉이 13.09.05 527
1173 자유홍보 네이버블로그/카페로 업체로 홍보 희망하시분들 보세요 ^^ 파이키아 13.09.05 906
1172 대외활동 ★(오늘마감)연합 동아리 문화 culture 2기 활동인원을 모집합니다◀◁ pnanf 13.09.05 319
1171 자유홍보 ★(오늘마감)연합동아리 문화 culture 2기 활동인원을 모집 합니다.!!!! pnanf 13.09.05 623
1170 자유홍보 [건대후문] 스터디룸 채움! 채움 13.09.05 675
1169 자유홍보 ☆★대학연합맛집동아리★☆'맛동'에서 2기를 모집합니다 존재의이유 13.09.05 750
1168 동아리 모집 [대학생 성공 연합 동아리 PIU] 6기 임원진 리쿠르팅 중!! (~9/20) 룸파룸파 13.09.05 294
1167 자유홍보 [대학생 성공 연합 동아리 PIU] 6기 임원진 리쿠르팅 중!! (~9/20) 룸파룸파 13.09.05 638
1166 자유홍보 [이벤트] 다음사전어플 깔고 뉴맥북에어 받아가세요~ 봉평샘물 13.09.05 844
1165 자유홍보 [KUSPA] 2013 문화의달 행사와 함께하는 '사심없는그림'에서 작품모집합니다! 레곤 13.09.05 543
1164 자유홍보 취업스터디 모집합니다 양문규 13.09.05 370
1163 자유홍보 [신한은행 지원 최우수 선정 동아리] 서울시 산하 비영리 단체 아트 앤 쉐어... [1] 아트앤쉐어링 13.09.05 712
1162 자유홍보 [제15회 금융콘서트] 2013년 하반기 금융권 취업특강 재무다이엇 13.09.05 545
1161 자유홍보 서울지역연합맛집동아리'맛동'에서 2기를모집합니다 존재의이유 13.09.05 604
1160 자유홍보 반복되는 대학생활에 지친다면? 내마음엔 쉼표, 세상에는 느낌표! 붓다캠퍼스 file 구름 13.09.04 634
1159 자유홍보 ★☆★☆연합여행동아리★☆★☆오감도★☆★☆D-2,, 당신이 오감도를 선택할 수 있는 유... [1] 오자서 13.09.04 673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557 558 559 560 561 562 563 564 565 566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