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그래서 당분간 ‘롤모델’은 없을 듯하다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십 년 동안 가진 것,/ 몇 십 년 동안 누린 것,/ 몇 십 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1978년 출간된 시집 「새벽길」에 실려 있는 고은 시인의 작품 <화살>의 일부를 옮겨와 봤다. 이 작품에서 고은 시인은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며 세상의 부정의에 맞서겠다고 다짐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는 어김없이 고은 시인의 작품이 등장했다. 선생님들도 고은은 대단한 시인이라고, 그의 시는 아름답다고 누누이 얘기해 주셨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나름의 ‘팬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가 롤모델(Rolemodel)이었을 문학도들도 꽤 있을 거다. 하지만, 입으로만 정의를 외치며 저지른 그의 만행들은 전혀 아름답지가 않다. 추악하다. 과연 그의 ‘화살’이 향한 정의가 도대체 어떤 정의기에 그런 짓들을 저질러 온 걸까.
고은 시인이 수많은 문학도들의 우상이었듯, 소위 유명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곤 한다. 이윤택 연출가의 작품을 보며 연극의 꿈을 키워왔거나, 배우 오달수의 연기를 보며 연기자라는 진로에 도전해온 사람들도 있을 거다. 그들을 닮고 싶어, 그들의 자취를 따라가는 학도들도 많았을 거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러한 ‘명사(名師)’들을 우상으로 여기는 것은 왠지 모르게 껄끄럽다. 치부를 드러내며 곤두박질치는 그들의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리라.이즈음에서 중학교 시절, 도덕 교과서 끄트머리에서 봤던 ‘된사람’과 ‘난사람’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도덕선생님은 ‘된사람’이 되는 것이 ‘난사람’이 되는 것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스스로 상품이 되기를 자처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선택받기 위해 ‘난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의 수많은 우상들도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난 ‘난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롤모델로 선택되었을 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능력이 뛰어나 우상화 된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가 목격될 때마다 우리는 실망하며 씁쓸함을 느끼곤 한다. 그들이 도덕적이어서귀감이 된 사람들이 아님에도 말이다.
더 이상 ‘나기만 하고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들을 한눈에 알아보기란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래서 당분간 ‘롤모델’은 없을 듯하다.
이다경 기자 lid0411@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정보감사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번호 | 게시판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
---|---|---|---|---|---|
11838 | KU 미디어 |
[Bulletin Comment] KU Admission Fee Drops like Dominos _288호
[6] ![]() |
영자신문 | 18.08.08 | 2354 |
11837 | 리뷰게시판 | 신과함께-인과 연 리뷰. [2] | 김노인의영화리뷰 | 18.08.05 | 268 |
11836 | 리뷰게시판 | 17의 맛집부수기 시리즈> 후문 카페 편 [4] | pulip | 18.07.29 | 932 |
11835 | 리뷰게시판 | 21 [1] | wickio | 18.07.28 | 125 |
11834 | 리뷰게시판 | 마녀 [12] | 유능한 청개구리 | 18.07.28 | 136 |
11833 | KU 미디어 |
[Cover Story] Who Is Your Influencer? _ 288호
[10] ![]() |
영자신문 | 18.07.27 | 2544 |
11832 | 리뷰게시판 | 택시드라이버 [1] | wickio | 18.07.24 | 116 |
11831 | 리뷰게시판 | 맨프롬어스 [1] | wickio | 18.07.24 | 136 |
11830 | 리뷰게시판 | 시카리오 솔다도 후기 | wickio | 18.07.24 | 121 |
11829 | 리뷰게시판 | 곤지암 | 신난다재미난다 | 18.07.22 | 99 |
11828 | 리뷰게시판 | 나의 아저씨 | 신난다재미난다 | 18.07.21 | 147 |
11827 | 리뷰게시판 | 왕가위 감독영화 추천4 아비정전 | 기발한 모기잡이 | 18.07.21 | 117 |
11826 | 리뷰게시판 | 왕가위 감독영화 추천3 화양연화 [2] | 기발한 모기잡이 | 18.07.21 | 156 |
11825 | 리뷰게시판 | 왕가위 감독영화 추천2 타락천사 | 기발한 모기잡이 | 18.07.21 | 179 |
11824 | 리뷰게시판 | 왕가위 감독 영화추천1 중경삼림 | 기발한 모기잡이 | 18.07.21 | 131 |
11823 | 리뷰게시판 |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 | 기발한 모기잡이 | 18.07.21 | 137 |
11822 | 리뷰게시판 | 짱 오랜만(!)에 돌아온 17의 맛집부수기 시리즈> 후문 밥집 편 [11] | pulip | 18.07.20 | 1178 |
11821 | KU 미디어 | [보도]‘김용복 기념 강의실’ 상허연구관에 열려 [11] | 건대신문 | 18.07.19 | 2163 |
11820 | 동아리 모집 |
[즁앙동아리]함께하면 더 행복한 덧셈+ 건국대DSM :)
![]() |
shjmicky | 18.07.19 | 286 |
11819 | 리뷰게시판 | 어사출또 [1] | 야릇한 쥐가오리 | 18.07.18 | 334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