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894 추천 수 0 댓글 1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십 년 동안 가진 것,/ 몇 십 년 동안 누린 것,/ 몇 십 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1978년 출간된 시집 「새벽길」에 실려 있는 고은 시인의 작품 <화살>의 일부를 옮겨와 봤다. 이 작품에서 고은 시인은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며 세상의 부정의에 맞서겠다고 다짐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는 어김없이 고은 시인의 작품이 등장했다. 선생님들도 고은은 대단한 시인이라고, 그의 시는 아름답다고 누누이 얘기해 주셨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나름의 ‘팬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가 롤모델(Rolemodel)이었을 문학도들도 꽤 있을 거다. 하지만, 입으로만 정의를 외치며 저지른 그의 만행들은 전혀 아름답지가 않다. 추악하다. 과연 그의 ‘화살’이 향한 정의가 도대체 어떤 정의기에 그런 짓들을 저질러 온 걸까.

 

고은 시인이 수많은 문학도들의 우상이었듯, 소위 유명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곤 한다. 이윤택 연출가의 작품을 보며 연극의 꿈을 키워왔거나, 배우 오달수의 연기를 보며 연기자라는 진로에 도전해온 사람들도 있을 거다. 그들을 닮고 싶어, 그들의 자취를 따라가는 학도들도 많았을 거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러한 ‘명사(名師)’들을 우상으로 여기는 것은 왠지 모르게 껄끄럽다. 치부를 드러내며 곤두박질치는 그들의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리라.이즈음에서 중학교 시절, 도덕 교과서 끄트머리에서 봤던 ‘된사람’과 ‘난사람’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도덕선생님은 ‘된사람’이 되는 것이 ‘난사람’이 되는 것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스스로 상품이 되기를 자처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선택받기 위해 ‘난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의 수많은 우상들도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난 ‘난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롤모델로 선택되었을 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능력이 뛰어나 우상화 된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가 목격될 때마다 우리는 실망하며 씁쓸함을 느끼곤 한다. 그들이 도덕적이어서귀감이 된 사람들이 아님에도 말이다.

 

더 이상 ‘나기만 하고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들을 한눈에 알아보기란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래서 당분간 ‘롤모델’은 없을 듯하다.

 

이다경 기자  lid0411@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198 리뷰게시판 [2] sqdiknsdl 19.04.21 150
12197 리뷰게시판 나츠 화장품 [1] 애프리컷 19.04.21 181
12196 리뷰게시판 코코도리 [2] 애프리컷 19.04.21 132
12195 리뷰게시판 후문 닭칼국수 존맛탱x [2] 느린 갈고리부리솔개 19.04.21 181
12194 리뷰게시판 더페이스샵 파데후기 [1] 느린 갈고리부리솔개 19.04.21 168
12193 리뷰게시판 건대후문 이모네분식 후기 [5] 느린 갈고리부리솔개 19.04.21 622
12192 리뷰게시판 홍샷 파데후기 쩡찡 19.04.20 136
12191 리뷰게시판 헝거게임 후기 [1] 검귀 19.04.19 126
12190 리뷰게시판 eminem- beautiful 역시릅신 19.04.19 96
12189 리뷰게시판 가츠시 secret 기쁜 오색멧새 19.04.19 0
12188 리뷰게시판 쌀뜸밥뜸 뜸뜸~!~!~! 이얏호 [7] 욜로욜로욜라셩 19.04.19 191
12187 리뷰게시판 건대스시 [4] 익명명 19.04.17 227
12186 리뷰게시판 결돈부리 [5] 쌀쌀한 쿠퍼수리 19.04.16 392
12185 리뷰게시판 천호역 족발선생 [1] 공유부인 19.04.15 328
12184 KU 미디어 [취재수첩]대학언론의 수직적 조직 문화 [11] 건대신문 19.04.14 1627
12183 KU 미디어 [사설]학내 흡연부스 설치 필요해 [16] 건대신문 19.04.14 2377
12182 KU 미디어 [사설]대학과 플랫폼 [9] 건대신문 19.04.14 1181
12181 KU 미디어 [칼럼]선진국의 도시재생에서 성공의 노하우를 배우다 [6] 건대신문 19.04.14 1615
12180 KU 미디어 [칼럼]강사법에 대하여 [6] 건대신문 19.04.14 2264
12179 KU 미디어 [만평]1351호 만평 [3] 건대신문 19.04.14 1529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