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989 추천 수 0 댓글 5

지난 달, 우리나라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 화려한 개막식,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 남북관계 등 대회 관련 다양한 사건들이 주목을 받았다. 특별한 이슈와 함께 이번 올림픽은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인 성공적인 올림픽이라는 외신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테러의 위험이 없던 점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각종 치안문제가 불거진 2016 리우올림픽과는 달리, 평창올림픽은 무장한 군인 없이도 매우 안전했다. 경찰과 군인 대신에 관객들의 편의를 돕는 자원봉사자들은 많이 배치됐다. 그리고 성공적인 올림픽 뒤에는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언론을 통해 많은 논란이 된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사와 숙소도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근무지와 숙소가 지나치게 멀다는 것이다. 근무지는 평창올림픽플라자고, 숙소는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였다. 매일 왕복 세 시간씩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매일 열 시간 가까이 고생하는 운전 기사님들을 생각하면 힘든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자원봉사자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차출된 군인과 공무원, 유급인력이지만 가장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운전기사들과 청소노동자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화려한 경기장의 조명 뒤에는 어두운 곳에서도 자기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혹독한 추위에도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에 감사한다.” 며 격려한 바 있다.

 

반면, 국가에게 자원봉사자들의 처우는 안중에도 없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자원봉사자는 격리돼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대한체육회장이 자원봉사자에게 폭언을 하는 등 갑질 논란도 있었다. 식사와 숙소가 부실하다는 건의에도, 자원봉사자들의 휴무일에 제공되는 경기 티켓 배분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조직위원회와 정부에서는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했다. 그 와중에 북한에서 온 고위급 인사 의전에 신경 쓰는 모습은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실망시켰다.

 

국가 발전과 개인의 희생은 뗄 수 없는 관계였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때는 미관상 보기 안 좋다는 이유로 가난한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서울 근교로 쫓겨났다. 젊은 남성들의 징병으로 유지되는 안보와 국방, 나아가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발전에서도 많은 국민들의 희생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고 촛불혁명으로 대통령도 바뀌었지만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과 명예가 아닌 소박한 격려 한마디, 어려움이 있을 때 들어줄 수 있는 창구다.

 

이승주 기자  sj98lee@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738 KU 미디어 [보도]비흡연권을 위한 흡연구역·부스 설치 ‘미흡’ [3] 건대신문 18.06.07 3786
11737 KU 미디어 [보도]2018 문과대 학생회장 보궐선거, 단독출마한 <모.모> 92% 지지... [3] 건대신문 18.06.07 2325
11736 KU 미디어 [보도]“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대학농구 국가대표로 선발된 최진광 선... [2] 건대신문 18.06.07 3721
11735 KU 미디어 [보도]실험실습 만족하십니까? - 공과대학 편 [4] 건대신문 18.06.07 1949
11734 KU 미디어 [보도]대동제 공연 MC, '미투 운동' 농담 소재로 사용해 논란 [2] 건대신문 18.06.07 1630
11733 KU 미디어 [보도]2018 상반기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 개최‘-가날지기'‘KLOSET'새로 인준... [1] 건대신문 18.06.07 1764
11732 KU 미디어 [보도]우리대학 윤대진 연구팀, ‘식물이 추위를 견디는 원리 규명’ [3] 건대신문 18.06.07 1721
11731 KU 미디어 [사설]상허 정신 되돌아보기 [1] 건대신문 18.06.07 1390
11730 KU 미디어 [사설]2018년 5월이 갖는 의미 [1] 건대신문 18.06.07 1342
11729 KU 미디어 [칼럼]‘여성 단독 산행 자제’ 유감 [1] 건대신문 18.06.07 1197
11728 KU 미디어 [칼럼]태움, 사회적 죽음 [2] 건대신문 18.06.07 1658
11727 KU 미디어 [칼럼]위로 [1] 건대신문 18.06.07 1200
11726 KU 미디어 [여행]신짜오(Xin chào) 하노이!-호안끼엠 호수에 비춰진 한국 [1] 건대신문 18.06.07 1944
11725 KU 미디어 [문화]랭면과 평화 [1] 건대신문 18.06.07 1094
11724 KU 미디어 [시사]우리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누가 나오나?-광진구청장 후보 인터뷰 [1] 건대신문 18.06.07 1150
11723 건대교지 웹툰 <아기낳는만화>, 임신을 밝히다 [119] file 건대교지 18.06.06 5208032
11722 건대교지 한미정상회담 외교 결례 논란, 그 전말은? [66] file 건대교지 18.06.06 5188889
11721 리뷰게시판 구의 불막창 [1] bboqndqnd 18.06.06 159
11720 리뷰게시판 가츠시 [3] whateva 18.06.03 235
11719 리뷰게시판 호야에서 썩은회먹음 [12] 테아 18.05.30 908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