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9 11:44

[칼럼]무심코 던진 말

조회 수 2575 추천 수 1 댓글 25

불교에서는 10가지 종류의 지옥이 있다고 얘기한다. 그 중 하나가 발설지옥(拔舌地獄)이다. 발설지옥은 말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죽어서 가는 지옥인데, 혀를 길게 뽑아 늘이고, 넓적한 삽 모양의 쇳조각으로 혀를 갈아버리는 형벌을 준다고 한다.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아직 죽어보지 않아서 저런 지옥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실존 여부를 떠나 불교는 무시무시한 벌을 주는 발설지옥의 이야기를 통해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말’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공기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금방 사라져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목구멍을 통해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조직적으로 소리를 내면 그것이‘말’인 것이다.

 

금세 사라져버리는 말은 하기 쉽고,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적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무책임한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쉽게 “생각 없이 말했어요. 죄송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에는 ‘해야 하는 것’이 따른다. 운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도로교통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도로 위에서 살아남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말’을 할 수 있다면 그 ‘말’을 조심히 다뤄야 한다. 함부로 휘두른 말은 섬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가 한 말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기억조차 못하는 말 중 다른 사람에게큰 상처를 준 말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섬뜩하지 않은가?

 

물론, 화가 난 상태라면 말을 함부로 하기 쉬워진다. 화가 나있다는 사실이 나의 무책임한 말에 정당성을 부여할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화난 상태의 우리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말은 본인이 생각을 전해야 하는 것이지만, 화를 내기 위해 그 생각을 왜곡해서 그냥 던져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적인 감정도 나의 ‘막말’을 책임져주지 못한다.

 

상처가 되는 말이라면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해야 할 말은 하는 게 맞겠지. 그냥 우리가 하는 말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자는 거다. 말을 내뱉는 순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려고 노력하자. 한 번 뱉은 말은 어떤 애를 쓰더라도 다시 주어 담을 수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지금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야하는 때, 말 정말 조심히 해야 한다.

 

이다경 기자  lid0411@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838 청심대 일상 29번째 영화, 보통사람 (2017) [2] 김노인의영화리뷰 17.03.23 131
10837 청심대 일상 28번째 영화, 프리즌 (2017) [2] 김노인의영화리뷰 17.03.23 90
10836 분실물찾기 산학관 214 필통 잃어버리신분 [6] file 게으른 페더슨청소새우 17.03.21 323
10835 청심대 일상 27번째 영화, 미녀와 야수 (2017) [3] 김노인의영화리뷰 17.03.21 246
10834 KU 미디어 [건국인이 알아야할 건국맛집] 2화 - 무한리필편   [9] file ABS 17.03.20 3819
10833 KU 미디어 [Notice] President Election Schedule [33] file 영자신문 17.03.19 3144
10832 청심대 일상 호야후기!! [10] hjccc 17.03.18 213
10831 건대교지 [카드뉴스] 이상한 국어사전 [57] file 건대교지 17.03.17 15974
10830 KU 미디어 외주업체 실수로 졸업생 및 재학생 개인정보 노출 에러 발생 [19] 건대신문 17.03.15 4743
10829 청심대 일상 [돼나무숲 요정의 다섯번째 먹부림] 감성다방 [8] file 돼나무숲 17.03.14 558
10828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Briefing Session Was Held for Transfer Students [22] file 영자신문 17.03.14 6413
10827 KU 미디어 [건국인이 알아야할 건국맛집] 1화 - 새내기편 [14] file ABS 17.03.13 3551
10826 KU 미디어 [ABS NEWS] 2017년 3월 둘째주 뉴스 통합본 [3] file ABS 17.03.13 1929
10825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Current Trend Has Led Changes of KU's Department and ... [31] file 영자신문 17.03.13 3630
10824 청심대 일상 [돼나무숲 요정의 네번째 먹부림] 왕함박 [13] file 펄펄펄펄 17.03.11 441
10823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학술친목동아리 NEWSWEEK에서 동아리원을 모집합니다~ [1] file 멀대새퀴 17.03.10 567
10822 청심대 일상 26번째 영화, 케빈에 대하여 (2012) [5] 김노인의영화리뷰 17.03.09 145
10821 KU 미디어 [사설]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7] 건대신문 17.03.09 2727
10820 KU 미디어 [칼럼] 떠나는 이의 푸념 [18] 건대신문 17.03.09 2916
10819 KU 미디어 [칼럼] 그들의 빨간색 선글라스를 벗기기 위해서는 [12] 건대신문 17.03.09 2889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