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956 추천 수 4 댓글 17

성자들이 있다. 제 몸 돌보지 않고 헌신하는 의사, 도망쳐 나오는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는 소방관들과, 민주사회를 위해 스러진 이들이 있다. 무엇이 이들을 영웅으로 만들었나. 부귀와 안락을 기꺼이 놓게 했는가. 사랑이다.

 

사랑을 정의해 본다. 설레여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생각이나 보고싶다. 입을 맞추며 꼭 안아주고 싶다. 이 감정들은 시간에 무뎌져 옅어지고 바쁜 삶에 묻혀 종종 일어날 뿐이다. 이 마음들은 단지 사랑의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 본질은 공감이다. 제 배가 고플 때만 칭얼거릴 줄 알던 아이는 사랑을 배우며 새로운 경험을 한다. 그 사람이 웃는 모습에 벅차게 행복해 한다. 털어놓는 아픔에 가슴이 찔리며 시련이 차라리 눈을 돌려 자신에게 오기를 기도한다. 이렇게 조금씩 물들기 시작하면 어느새 당신은 나다. 그 결은 다르더라도 가족, 친구, 동료, 모든 인간 관계는 이 사랑, 즉 공감에 뿌리를 둔다. 오감에만 통제받던 자아는 그렇게 확장되며 성숙한다. 그렇기에 관계를 상실 할 때, 어딘가가 한 뭉텅이 때어져 나가는 통증을 느낀다. 떨어져나간 부분이 감당 할 수 없이 거대하면 본 자아마저 지탱 할 수 없이 깊은 절망에 빠진다.

 

앞서 말한 성자들은 거대한 사랑에 빠진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큰 공감폭을 지녀 거대한 자아를 형성한 거인들은 모두를 보듬는다. 삼자가 봤을 땐, 완벽한 타인임에도 제 살을 깎아 내어 헌신한다. 미쳐 구해내지 못한 사람들이 생기면 사지가 떨어진 사람처럼 괴로워한다. 비단 이렇게 눈에 띄는 희생을 하는 사람만 거인이 아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른 이가 행복하기를 소원하는 이들.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 싹 싹 닦아내는 청소 노동자, 배고픈 대학생들을 위해 밥 반주걱 얹어주는 식당 아주머니, 친절하게 웃음 한 번 더 건네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학생 모두가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거인이다.

 

반면 사랑이 결여된 치들이 있다. 단지 유희만을 위해 같은 학교 학생을 죽음까지 내몬 학교폭력 가해자들, 아들을 살해한 모친. 공감이 결여된 이들을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일반인들은 차마 잔혹해 맘편히 들을 수 조차 없는 악행을 죄악감 없이 저지른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라도저 밖에 모르는 자아를 가진 소인들은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한다. 특히 그 소인이 사회에 영향력 있는 자리에 가면 문제는 심해진다. 힘에는 다른 이들을 보듬을 책임이 따른다. 이 소인들은 좁은 자아에 그 보듬어야 할 이들을 품을 수 없기에 오히려 그 힘을 폭력으로 휘두른다. 지도자 선출에 있어 양심이 무엇보다 엄격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타인’을 허물어라. 더 공감해라. 그제야 힘들게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계단을 오르고 있는 노인이 보인다. 낮아보이는 턱이산처럼 힘든 장애인이 보이며 무거운 배를 안고 서 있는 임산부가 보인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때, 사랑 할 때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김예신 기자  yesin9797@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06 KU 미디어 [사회] “도(道)를 아십니까?” 그래서 직접 한 번 알아 봤다. [22] 건대신문 16.09.25 6083
705 KU 미디어 [보도] 공동 공간 대여 제한되는 연합동아리 [8] 건대신문 16.09.25 2747
704 KU 미디어 [인터뷰] #3 김미희 전 국회의원, “건대 항쟁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10] 건대신문 16.09.25 3082
703 KU 미디어 [인터뷰] #2 건대항쟁, 66시간 50분의 외침 [12] 건대신문 16.09.25 2971
702 KU 미디어 [인터뷰] #1 현 시대에 필요한 민주화의 목소리, 건대항쟁이 중요한 이유 [16] 건대신문 16.09.25 2484
701 건대교지 [카드뉴스] 흡연자를 위한 공간은 없다 [26] file 건대교지 16.09.24 14181
700 건대교지 총 대신 꽃을 - “식물은 나약한 게 아니라 과묵한거에요.” [27] file 건대교지 16.09.24 13086
699 건대교지 한 시간 노동, 만원 : 알바노조를 만나다. [22] 건대교지 16.09.24 11230
698 분실물찾기 지갑을 찾습니다 ㅠㅠ 킹구 16.09.23 75
697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승마동아리 EQUUS에서 신입회원 모집합니다! [1] file 안녕하지영 16.09.22 306
696 KU 미디어 [뭐든지 만들어 보겠습니다 ③]- 나무의자 편 [5] file ABS 16.09.21 1986
695 KU 미디어 [건국 생활백서 ①] [3] file ABS 16.09.21 1941
694 분실물찾기 아이폰 로즈골드 6S 찾습니다 마레지구 16.09.20 116
693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New News About English Lectures [20] 영자신문 16.09.20 2350
692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Welcome to KU, Mr. New Engineering Building [22] file 영자신문 16.09.20 3428
691 KU 미디어 [인터뷰] 학복위가 제시하는 '체계적인' 분실물 관리시스템 [12] 건대신문 16.09.20 2907
690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Present Condition of The PRIME Project [23] 영자신문 16.09.20 2665
689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Never Ending Fight, in Global Campus [26] file 영자신문 16.09.20 2767
688 KU 미디어 [보도]그가 충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까닭은 [18] 건대신문 16.09.20 2765
687 KU 미디어 [보도] '뉴 포털' 드디어 오픈하나 [16] 건대신문 16.09.20 2770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