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너무 많이 버리는 세상
이준규 기자 |
영화관에서 일하다 보면 빈 좌석에 남겨진 쓰레기들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양손 가득 들어와 두 손 가볍게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비단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일까?
2016년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쓰레기 무단투기 적발은 해마다 늘어나 결국 10만건을 넘겨 10만9868건을 갱신했다. 이 수치도 서울시에 설치된 총 821대의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용 CCTV에 적발된 건수만 포함한다.
가볼로지(garbology)는 사회학의 한 분야로 쓰레기를 연구해 사회 실태를 파악하는 학문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쓰레기학’ 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쓰레기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양심이나 개인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다. 사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작게는 지역사회 크게는 지구환경을 좌지우지하는 문제가 됐다. 특히 대학가는 쓰레기 무단투기 지역중에서도 으뜸이다. 우리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흡연 장소 근처 담배꽁초, 후문 주변 쓰레기 무단투기와 같은 쓰레기 문제에 학우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이처럼 끊임없이 증가하는 쓰레기 문제에 지자체들은 쓰레기통과 감시용 CCTV 추가 설치나 과태료 증가 등과 같은 대책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쓰레기 무단투기는 줄어들기는커녕 앞서 말했듯이 치솟고 있는 중이다. 이런 물리적 쓰레기 무단투기 대책들의 효과가 미미한 이유는 따로 있다. 아무리 물리적인 기반을 제공하거나 제재를 가해봐도 결국 쓰레기 문제는 우리의 인식 문제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문제는 결국 시민의식 문제이다. 우리가 가진 책임감의 이야기다. 내가 사용하고, 내가입고 먹은 것들을 내가 아닌 누군가 치워주겠지 라는 책임 전가가 쓰레기를 낳는다. 우리는 조별 과제나 친구들과의 약속을 버리는 모습엔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나무라면서도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엔 한없이도 너그럽다. 내가 만들어낸 모든 행위의 결과를 감당하는 것이 책임이고, 그러한 책임을 중요시하는 감정이 책임감이다. 하지만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면서 ‘환경미화원분이 치워주시니까’, ‘다른 사람들도 여기다 버렸으니까’와 같은 마음으로 책임감도 같이 버려버린다. 내가 버리는 쓰레기인지 쓰레기가 버리는 나인지 헷갈린다. 그렇다면 이제는 버려진 나의 책임감을 주울 시간이다.
이준규 기자 ljk223@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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