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구니 울러 메고 꽃 팔러 나왔소/ 붉은 꽃 파란 꽃 노랗고도 하얀꽃/ 남색 자색의 연분홍 울긋불긋/ 빛난 꽃 아롱다롱의 고운 꽃/ 꽃사시오 꽃사 꽃을 사시요 꽃을 사/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의 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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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다경 기자

 조선시대 후기 신민요 <꽃타령>은 꽃을 파는 꽃장수의 모습을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신명나게 노래한다. 민요 꽃장수가 노래하는 다채로운 꽃들은 사랑의 감정을 전달해준다. <꽃타령>에 등장하는 것처럼 꽃은 기쁨부터 슬픔까지 수많은 감정을 지니고 우리의 평범하고 특별한 일상 속 심심치않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통도사 대웅전 천장이나 청자 투각 칠보 무늬향로와 이 수많은 옛 건축물과 조형물도 꽃으로 장식이 돼있다. 오늘날에도 졸업식에서부터 결혼식, 장례식까지 그 날이 특별하다면 어딜 가나 꽃장식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애초에는 아무 의미 없었을 꽃이 감정의 매개체로 변모하게 된 것은, 꽃을 본 사람들이 그것의 아름다움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늦가을 서리가 내리는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꽃봉오리를 피워내는 국화에 ‘절개’의 의미를 부여했다. 프랑스에서는 꽃말을 ‘무언의말’이라고 칭하며 하나의 의사소통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꽃에 의미를 부여하는 현상은 그다지 별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조금 더 정성스레 털어놓고 싶은 진심을 꽃으로 전한다. 그리고 진심을 전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이들이 있다. 꽃가게에서 꽃을 건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무뚝뚝한 아버지가 자랑스러운 자식에게 칭찬 한마디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또 슬퍼하는 친구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보낼 수 있게 한다. 꽃가게 주인들은 이밖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꽃을 통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제 꽃을 파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우리대학 주변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함께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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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앞 포장마차 꽃집에서 활짝 웃고 있는 이욱상 씨

포장마차에서 살 수 있는 꽃

 건대입구역 2번 출구를 빠져나오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입구 바로 앞에서 꽃으로 둘러싸인 예쁜 포장마차 하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팔다리를 겨우 움직일 수 있을만한 포장마차 속엔 꽃을 팔고 있는 이욱상 씨와 권분자씨가 있다. 이 씨와 권 씨는 서로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아는 오랜 부부다.

 부부는 처음부터 꽃집을 운영했던 것은 아니었다. 방송에 나올 정도로 맛있었다던 계란빵과 핫바 장사를 했다. 하지만 빵을 만들어 파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빵 반죽을 하다보면 집이 엉망이 되기 일쑤였다. 그렇게 만든 빵을 온종일 정신없이 팔다보면 신발이 온통 끈적이는 밀가루 반죽으로 뒤덮여 잘 움직일 수도 없게되는 것이었다.

 좀 더 편하지 않을 싶어 시작했던 꽃장사가 어느덧 3년째다. 부부는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양재 꽃시장에 들러 꽃을 사온다. 그 꽃을 손질하고 포장하다보면 오픈 시간인 이른 9시가 된다. 이 씨와 권 씨가 교대를 하며 늦은 밤까지 장사를 한다. 이후 가게를 정리하고 집에 가 하루를 마무리 한다. 꽃과 함께 하루는 보내는 것이다. 꽃장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 씨는 꽃을 손에 쥔 채 ‘예쁘다’며 감탄하는 손님의 밝은 얼굴에 큰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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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엔플라워' 꽃집에서 꽃을 정리하고 있는 신지명 씨

후문에서 만나는 아기자기한 꽃

 

 신지명 씨는 우리대학 건국문에서 본인의 이름을 건 ‘제이앤플라워’란 자그마한 꽃집을 3년째 운영 중이다. 신씨는 직접 가게를 운영하기 전 분당에서 점원으로 근무했다. 그 당시 사장이 본인의 이름을 걸고 가게를 하는 모습이 부러워 자신도 꽃집을 내게 된 것이다. 신 씨가 꽃 일을 한 지도 어느덧 10년이다. 중학생 시절 어머니를 따라 취미로 배웠던 꽃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오랜 시간 꽃을 팔아온 신씨는 화려하고 예쁘장한 꽃보다 오히려 수수하고 무난한 꽃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신 씨는 ‘꽃이 많이 팔리는 계절에 벌은 수입이 통장에 찍힐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차다고 말한다. 그래서 1년 중에 동계졸업이 있는 2월, 기념일이 많은 5월, 하계졸업이 있는 8월을 좋아한다. 특히 5월에는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인의 날과 같은 기념일들이 많다. 5월 달의 매출은 5월을 뺀 나머지 1년의 매출을 합친 것 보다 많다고 한다.

 그의 가게는 우리대학과 굉장히 가까이 있는 만큼 여느 꽃가게들보다 학교 일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학교 행사가 있으면 꽃이 많이 팔리고 방학이 되면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는 식이다. 종종 “건대 꽃집이죠?”하며 전화를 받기도 한다. 주 고객층도 학생들이다. 그래서 그는 비싸고 무겁기보다는 가볍고 아기자기한 꽃다발을 많이 만든다. 후문을 지나다니다 보면 신 씨가 만든 귀여운 꽃다발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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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만발하다' 꽃집에서 웃고 있는 김수지 씨

손끝에서 만발’하는 꽃

 ‘손끝에서만발하다’. 김수지 씨의 꽃가게 이름이다. 뭔가 큰 의미가 있을법한 이름이지만 그냥 문뜩 떠오른 것이란다. ‘손끝에서만발하다’에 가보면 다른 꽃집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곳에선 커피도 마실 수 있으며 커다란 빔 프로젝터에서 상영되는 영화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게에선 ‘컵다발’이라는 독특한 제품이 가장 유명하다. 8,900원에 한잔의 커피와 커피잔을 꽃병으로 삼은 예쁜 꽃을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김씨의 가게는 방문 구매보다 인터넷 주문이 더 많다고 한다. 손님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꽃을 주문하면 후에 가게에서 제작된 제품을 찾아가는 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꽃이 ‘그냥 좋다’고 말한다. 꽃을 좋아하는 것엔 딱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프리지아처럼 ‘작은 얼굴’을 한 꽃을 좋아한다. 이 또한 별다른 이유는 없다. 이렇듯 엉뚱한 김 씨는 어린아이가 꽃집을 지나가다 엄마에게 예쁜 꽃 사달라고 조르는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곤한다.

 특별한 날이거나 특별한 기분이어야만 눈에 띄었던 꽃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들어봤다. 그들은 꽃과 하루하루를 함께 하며 울고 웃기에 꽃이란 그들에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존재가 된다. 오늘도 그들은 꽃을 팔고 있다. 학교를 오가는 도중 눈에 띄는 꽃집에 한 번 들러보자. 그리고 사랑스런 사람에게는 기쁜 마음으로, 미운사람에게는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예쁜 꽃 한 마디 건네 보는 것이 어떨까. 꽃을 받는 그 사람의 마음도, 그 꽃을 전하는 우리 마음도 다시 한 번 예뻐질 수 있을 것이다.

 

 

 

 

이다경 기자  lid0411@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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