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16_11902_3931.png
시간강사들은 생각지도 못한 많은 수의 학생을 맡을 때가 많다.                    사진·건대신문db

 

좁은 강의실서 100명 학생에 강의

 햇살이 화창하게 비치는 오전 11시, A강사는 차를 세우고 빠른 걸음으로 강의실에 가고 있다. 땀이 얼굴에 맺힌 것도 모르는지 다급하게 강의실로 들어간다. 그가 수업하는 강의실엔 100여명의 학생들로 들어차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인파로 인한 열기 속에서 학생들이 다 왔는지 확인하는데만 10여 분이 넘게 걸린다. 수업을 하다보면 뒷자리나 양 옆 자리는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수업에 잘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아무래도 좁은 강의실에 비해 많은 수의 학생들을 받다보니 생긴 일인 것 같다. 본래 80명의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는데 이번 학기 비전임교원들에게 20명씩 추가로 학생들을 더 받아 수업하라는 단체문자가 왔다. 생각지도 못한 많은 수의 학생을 맡게 됐다. 토론식수업 같은 꿈은 포기한지 오래다. 이젠 몇몇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는 식으로 소통하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휴식과 수업준비 어려운 교강사실

 올해로 시간강사 생활 14년째인 A강사의 하루는 ‘전투’의 연속이다.  오후 1시, A강사는 수업이 끝나고 잠깐 숨을 고르기 위해 종합강의동 1층에 위치한 교강사 휴게실로 향한다. 문을 열자 보통 강의실의 3분의 1크기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 보인다. 탁자 하나가 중간에 덩그러니 놓여있고 한쪽에는 믹스커피를 직접 탈 수 있는 조그마한 공간과 컴퓨터 2대가 있다. 다음 수업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지만 이번에도 먹통이다.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갑자기 꺼지는 경우도 빈번이 생긴다. 프린트가 설치되어있지 않아 수업자료를 인쇄할 수도 없다.

 우리대학 비전임교원의 수는 이번년도 1 학 기 기준으로 933명이지만 , 휴게공간은 단과대 건물마다 하나씩 배치된 정도다. 턱없이 부족한 강의실에선 휴식을 취하기엔 힘들다. 그이유로 대부분 강사들은 휴게실을 잘 찾지 않는다고 한다. A씨는 무엇보다도 학생들과 상담할만한 개인적인 공간이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

 

9416_11903_4023.png
강사에게 개인 물품을 놓을 곳은 이 사물함 뿐이다.                                 사진·김남윤 기자

 

3개 대학에서 총 18~24학점 강의

 오후 3시. A씨는 다른 대학에 수업을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운전대를 잡고 익숙한 길을 지나 수원에 있는 B대학으로 향한다. 수원, 인천, 광진구를 비롯해 강의가 있는 대학이라면 어디든 다닌다. 한 학기에 적으면 18학점에서 24학점이나 되는 수업을 담당하다보니 대학과 대학사이를 오고 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루 동안 운전을 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잠깐의 여유 없이 이동해야하는 시간이 많아져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많다. 하지만 이젠 웬만한 장거리 운전도 익숙해졌다.

 

 

생계를 위해 줄일 수 없는 강의 수

 매번 지치지만 생계를 위해, 학교와 교수와의 관계를 위해 강의 수를 줄일 수 없다. 힘든 생활이지만 다른 강사가 봤을 때 운이 좋은 편이다. 강의를 하고 싶어도 수업이 없어 못하는 강사가 많기 때문이다. 방학이 되면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진다. 전임교원과 달리 비전임교원은 계절학기에 수업을 맡지 않은 이상 방학 때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40대 강사들은 방학 때 재정적 부담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고 한다.

 

 

정작 자신은 챙기기 힘든 생활

 오후 6시. A씨는 수업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러 집으로 향한다. 퇴근시간이라 꽉 막혀있는 도로는 뚫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1시간이면 가는 거리지만 끝없는 교통체증으로 2시간 넘게 걸릴 것 같다. 허기진 배 때문에 주변 식당가나 휴게소에서 들러 간단히 끼니를 때운다. 그렇게 2시간정도 운전을 하고 나면 집에 도착한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 하루 종일 강의를 다니면서 쌓인 피로가 몰려온다. 집안일을 오랫동안 하지 않아 쌓인 빨래더미와 설거지더미가 눈에 띈다. 집안 곳곳이 눈에 걸리지만 청소할 시간도 기운도 없다. 아이들은 피자를 배달시켜 저녁식사를 때운 듯하다. 음식은 사먹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 피곤하더라도 내일 할 수업과 방학 때 제출할 논문을 준비해야 한다. 내일 아침 일찍부터 수업이 있어 일찍 잠자리에 들려 했으나 오늘도 새벽이 돼서야 잠자리에 든다.

 

 

김남윤 기자  kny6276@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538 건대교지 [카드뉴스] 나도 당했다 #ME TOO [14] file 건대교지 18.02.25 4429535
11537 건대교지 [카드뉴스] 건국대의 위인들을 위한 서비스, 위인전 [16] file 건대교지 18.02.25 4431518
11536 건대교지 [카드뉴스] 올림픽은 스포츠 못지않게 섹스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12] file 건대교지 18.02.25 4427680
11535 청심대 일상 무슨팬 써? Csion 18.02.24 102
11534 청심대 일상 <온리 더 브레이브>, 진정한 용기에 대해. 김노인의영화리뷰 18.02.24 91
11533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클래식기타동아리 뮤즈에서 45기친구들을 모집합니다!! [1] file ku뮤즈 18.02.23 183
11532 청심대 일상 블랙팬서 아아아아아아 18.02.22 53
11531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혼자서는 영화를 즐길 수 없다. 영화동아리 햇살에서 부원을 ... file 쿠와아앙 18.02.22 552
11530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마르크스주의로 세상보기 신입회원 모집중입니다! file 마르크스주의로세상보기 18.02.21 204
11529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대학교 피아노 동아리 선율에서 신입부원을 모집합니다! &... file Neits 18.02.20 351
11528 KU 미디어 [입대시그널] 본영상 [3] file ABS 18.02.19 3330
11527 동아리 모집 건국대학교 중앙 밴드 동아리 : 소리터 file ???? 18.02.19 230
11526 청심대 일상 <흥부>, 피다가 져버린 꽃. [4] 김노인의영화리뷰 18.02.17 95
11525 KU 미디어 [보도]어서와 대학은 처음이지?-각 단과대 예비대학 열리다 [4] 건대신문 18.02.15 5023
11524 KLOSET : 패션매거진 [KLOSET VOL.7] 융합인재학부 11 주동일 [7] file KLOSET 18.02.14 34196
11523 청심대 일상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이제는 안정적인 프랜차이즈, 그러나... [4] 김노인의영화리뷰 18.02.13 136
11522 청심대 일상 <염력>, 주제는 좋았으나. [4] 김노인의영화리뷰 18.02.13 87
11521 청심대 일상 <12 솔져스>, 미묘가 시기하네요. [1] 김노인의영화리뷰 18.02.13 81
11520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대학교 농구동아리 아마농구부 (KUAB) 에서 선수 및 매니... [3] file 이근석 18.02.12 275
11519 KU 미디어 [보도]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디지털미디어시대 미디어리터러시를 주도할 ‘... [4] 건대신문 18.02.11 2570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