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대안언론 의 창시자 강유나 씨를 만나다
<외대알리> 창시자 강유나 씨 (사진 유동화 기자) |
대학신문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고자 대학 내의 대안언론을 창간한 인물이 있다. 바로 한국외대 학생 강유나씨가 주인공이다. 그가 창간한 독립 언론 <외대알리>는 현재 ‘N대알리’라는 이름으로 프랜차이즈화 됐다. 현재 <회대알리>, <이대알리>, <세종알리>까지 각 학내에 뿌리를 내렸다. <알리>라는 이름은 ‘알권리’라는 뜻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이탈리아어로는 날개’라는 뜻이기도 하다. 올 초엔 <시사IN>에서 주관하는 제 8회 대학기자상의 뉴커런츠 부문에서 ‘N대알리 4개 대학 성폭력 기획기사’가 수상을 하기도 했다.
<외대알리>의 창간자이자 전 이사장인 강유나 씨는지난 2월 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기자 활동을 하면서 이 세상에서 내부고발을 하는 사람들을 법적으로 지켜주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건대신문>에서는 그를 만나 <외대알리> 창간 계기와 최근 서울대 <대학신문>의 편집권 침해 사태에 대한 그의 생각까지 들어봤다.
<외대알리>를 창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2012년 2학기 때 <외대학보>의 편집장을 했다. 학보의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본부가 언론사의 자치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학교의 부총장 산하기구인 <외대학보>의 발행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처장단회의를 거쳐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만 신문이 나온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학생들의 알 권리에 해당하는 기사는 쉽게 사라지곤 했다. 단적인 예가 2012년 12월 3일 선거특집호였다. 당시 학교는 총학생회 선거 보도를 하는 것을 원천 금지했다. <외대학보> 기자단은 학생들의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에서 학생들의 알 권리를 어떻게 우리 손으로 차단시킬 수 있냐고 학교 측에
반발했다. 이후 학교 측에선 2013년도 예산을 백지화하겠다는 압박을 가했다. 또한 편집장인 내가 나가야만 학보가 정상 운영될 수 있다며 해임 압박을 해 사퇴하게 됐다. 이후 10개월 동안 자유로운 언론을 꿈꾸며 독립 언론인 <외대알리> 창간을 준비했다.
10개월 동안 <외대알리> 창간을 어떻게 준비했나?
독립 언론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선 우선 학생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학생회 선거에 나갔다. 내가 속한 단과대 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학생사회의 여론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학생사회에서 언론 자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그리고 그 해는 총장선거가 학생들에게 정상적으로 보도가 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당시 총학생회 측에서 먼저 외대학보의 편집권 독립을 위해 재정적 지원 등을 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당시 <외대학보>에 대한 탄압이 더욱 더 심해져있던 상황이라 그곳의 독립을 꿈꾸기 보단, 우리들끼리 독립 언론을 새로 하나 만들기로 다짐했다. 잡지 혹은 종이신문 등 어떤 형태로 발행할 것이냐, 동아리 산하 혹은 협동조합 등 어떤 구조로 언론사를 운영할 것이냐 등의 고민을 하며 준비 기간을 거쳤다. 그리고 2013년 11월 20일, <외대알리>을 창간했다.
<외대알리>를 운영하면서 재정·경영 상의 어려움은 없었나?
학보와 다르게 독립 언론은 기자들이 직접 제작비를 생산해내야 한다. 보통 한 달에 40쪽 분량의 한 호를 제작하는데 비용이 70만 원 정도 든다. 창간호는 사비 82만 원을 사용해 발행했지만, 이후로 광고대행사를 찾았다. 주로 광고대행사에서 발행비를 전액 부담하고, 광고수익을 전부 가져가는 식의 계약을 한다. 요새는 광고대행사를 구하지 못해,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발로 뛰면서 경비를 생산하고 있다. 학교 근처 자영업자의 인터뷰나 광고 등을 실어준 다음 광고비를 받는다. 또한 학생회 사람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한 면을 내주고, 조합비를 받기도 했다.
학보와 비교했을 때 독립 언론으로서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학보에서 할 수 있는 취재의 깊이와 독립 언론에서의 취재의 깊이는 다르다. 구조 상 학보사는 학교의 행사나, 학교 측이 원하는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 특히 학보는 학내 성폭력 등 민감한 사항의 기사가 나가기 어려우며, ‘총장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은’ 글들만 싣게 된다. 하지만 독립 언론의 경우 좀 더 심도 있는 취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독립 언론 기자들이 접하게 되는 상황은 훨씬 다양하며, 기자 자체의 역량 또한 크게 올라가게 된다. 또한 학보사는 기수제가 확고한 동아리 느낌이 강하지만, 알리는 말 그대로 회사다.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따라 수익 및 지출이 달라지며 스스로 성장하는 생명체 같은 느낌이다.
대학신문의 구조적 한계가 크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대학신문 기자들은 무엇을 해야하나?
대학신문사의 편집권 문제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발생한다.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그 시스템을 박차고 나오거나,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이다.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치기 위해선 학칙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학칙을 바꿀 수 있는 주체는 학생이 아니라 학교다. 학칙을 바꾸기 위해선 언론사만 나서는 게 아니라 학생사회 전체에서 여론이 형성돼야 하며, 그것을 하나의 구심점으로 이끌어가는 학생대표자가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충족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학보사 자체의 독립은 밖에서 독립 언론을 하나 만들어 내는 것보다 어렵다. 내가 <외대학보>에서 학보사 전체
의 독립을 추진해봤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 알리와 같은 독립 언론이 대학언론의 대안이라면, 지금 현재 학보사의 존재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언론사가 외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알리같은 경우, 아무리 교수님들이 취재를 허용 해줘도 등록금심의위원회 같은 곳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학보같은 경우는 학교 측과 잘 조율한다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학교 본부에서 조금은 긴장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을 유지해주는 게 학보사의 역할인 것 같다.
사실 학보사의 역할이라고 할 때, 학생들이 생각하는 학보사의 역할, 주간교수가 생각하는 역할, 학교가 생각하는 역할이 다 다르다. 그러기에 계속해서 근본적인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기자들은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 생가가고 있는 학보사의 역할을 다 만족시킬 수 없다.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의 편집권 침해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번에 <대학신문>이 폭력적인 사건을 당했는데, 백지를 낸 것 정도는 매우 얌전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학칙도 새로 개정하고, 학내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사실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이번 사태는 여러 사람들의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섞인 것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현 <대학신문> 기자들의 자치권은 존중하지만, <대학신문> 기자들이 좀 더 멀리 바라봐서 받을 수 있는 조언들은 자신들이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동화 기자 donghwa4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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