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714 추천 수 0 댓글 7

 

정확히 1년 전, 우리대학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의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를 입은 바 있다. 같은 불명예가 이번 겨울에도 또 다시 반복됐다. 대학생들의 과도한 음주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 또한 몹시 낯익다.

 

사건이 알려지게 된 계기와 전개 또한 흡사하다. 온라인 익명 게시판을 통해 피해자의 이야기가 공개되면서 급속도로 전파된 것이다. 해당 단과대 학생회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고, 본부는 양성평등위원회를 통해 조사에 나섰다. 이 소식은 주요 매체에 빠르게 보도됐다. 다만 학장 등 교직원을 대동해서라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할 수 있었던 작년과는 달리 이번엔 아예 모든 오리엔테이션이 취소 조치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지난해의 사건과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2016년 생명환경과학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사건은 대학생 사회의 잘못 답습된 전통과 잘못된 음주문화가 낳은 사건이었다면, 이번 상경대학 성추행 사건은 대학 밖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술자리 성추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사건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하던 상경대학 오리엔테이션기획단의 술자리에서 발생했다. 한 남학생이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여학생을 직접적으로 성추행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 남학생에게 성추행을 강요하거나, ‘놀이’라는 명목으로 다수에 의해 행해지거나 하지 않았다.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부도덕한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전면 취소시키는 등 본부의 광범위한 조치나 이것을 별 다른 반발 없이 받아들인 단과대 학생회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개인의 과실을 대학생 문화 자체의 문제로 해석하는 이 상황은, 다분히 작년의 사건을 의식한 오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본부와 학생회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자행했다는 사실이다. “공론화시키면 너에게도 더 피해가 될 수 있다”며 피해자를 자제시키려 한 학생회의 모습과 피해자를 앉혀놓고 ‘비밀유지 서약서’를 들이민 본부의 행동은 오히려 다른 학내 구성원들의 얼굴을 붉히게 한다.

 

물론 대학생들의 음주문화나 전근대적 전통에 따른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우리 대학사회가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방법에 대해 너무나 둔감하다는 사실이다.

 

학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언론사로서, 이 지면을 빌어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를 보내고 싶다. 본 사건에 대한 경찰수사가 지난 2월 23일부터 진행 중이다. 하루 빨리 사태가 정의롭게 마무리되고, 모두가 다시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

 

건대신문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858 KU 미디어 올해 우리대학 유학생 등록금 5% 인상돼... 대학본부 “유학생 등록금 인상은... [12] 건대신문 17.04.08 2893
10857 KU 미디어 전학대회 주요안건: 학생인권위원회 신설, 상경대 성추행 가해자 징계 상향... [9] 건대신문 17.04.08 2920
10856 KU 미디어 상경대 성추행 가해자 징계 ‘무기정학’... “최소 3년 동안은 징계해제 안 돼” [15] 건대신문 17.04.08 4145
10855 청심대 일상 쭈꾸미킹 [13] 푸우리 17.04.08 287
10854 분실물찾기 애플워치2를 찾습니다. [4] junix 17.04.07 164
10853 KU 미디어 [Exchange Student] Introducing UND Exchange Student [32] file 영자신문 17.04.07 3403
10852 자유홍보 건국대학교 태권도부 돌려차기에서 신입 부원을 모집합니다! file 나가리나기리릴ㄹ 17.04.05 341
10851 KU 미디어 [ABS NEWS] 2016년도 3월 넷째 주 헤드라인 [5] file ABS 17.04.03 1956
10850 자유홍보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이유 조섯 17.03.31 318
10849 건대교지 [카드뉴스] 우리들의 그린호프 [64] file 건대교지 17.03.31 16459
10848 건대교지 [카드뉴스] 1073일의 세월 [44] file 건대교지 17.03.31 10182
10847 분실물찾기 폴스미스 남자 검정 반지갑 찾아요(학관 1층 카페에서 분실했습니다.) [2] 2출노예 17.03.30 185
10846 청심대 일상 gs25 오모리 참치찌개 컵라면 [5] 건국엘리트 17.03.29 238
10845 청심대 일상 포포크림 [1] 건국엘리트 17.03.29 236
10844 청심대 일상 신촌 내무반 식당 삼겹살 무한리필 [5] 건국엘리트 17.03.29 338
10843 청심대 일상 홍대 망고코코 망고빙수 [5] 건국엘리트 17.03.29 138
10842 청심대 일상 상수역 라멘트럭 [5] 건국엘리트 17.03.29 211
10841 분실물찾기 산학 필통 및 흰색 다수납파일 찾습니다. [3] 뀨르르륵 17.03.28 125
10840 KU 미디어 [살 빠질 건대?] 1화 - 당신의 아침을 책임져 줄 쾌변주스 [8] file ABS 17.03.28 2263
10839 청심대 일상 30번째 영화, 13층 (1999) [1] 김노인의영화리뷰 17.03.25 144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