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751 추천 수 0 댓글 7

 

정확히 1년 전, 우리대학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의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를 입은 바 있다. 같은 불명예가 이번 겨울에도 또 다시 반복됐다. 대학생들의 과도한 음주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 또한 몹시 낯익다.

 

사건이 알려지게 된 계기와 전개 또한 흡사하다. 온라인 익명 게시판을 통해 피해자의 이야기가 공개되면서 급속도로 전파된 것이다. 해당 단과대 학생회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고, 본부는 양성평등위원회를 통해 조사에 나섰다. 이 소식은 주요 매체에 빠르게 보도됐다. 다만 학장 등 교직원을 대동해서라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할 수 있었던 작년과는 달리 이번엔 아예 모든 오리엔테이션이 취소 조치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지난해의 사건과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2016년 생명환경과학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사건은 대학생 사회의 잘못 답습된 전통과 잘못된 음주문화가 낳은 사건이었다면, 이번 상경대학 성추행 사건은 대학 밖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술자리 성추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사건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하던 상경대학 오리엔테이션기획단의 술자리에서 발생했다. 한 남학생이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여학생을 직접적으로 성추행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 남학생에게 성추행을 강요하거나, ‘놀이’라는 명목으로 다수에 의해 행해지거나 하지 않았다.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부도덕한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전면 취소시키는 등 본부의 광범위한 조치나 이것을 별 다른 반발 없이 받아들인 단과대 학생회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개인의 과실을 대학생 문화 자체의 문제로 해석하는 이 상황은, 다분히 작년의 사건을 의식한 오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본부와 학생회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자행했다는 사실이다. “공론화시키면 너에게도 더 피해가 될 수 있다”며 피해자를 자제시키려 한 학생회의 모습과 피해자를 앉혀놓고 ‘비밀유지 서약서’를 들이민 본부의 행동은 오히려 다른 학내 구성원들의 얼굴을 붉히게 한다.

 

물론 대학생들의 음주문화나 전근대적 전통에 따른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우리 대학사회가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방법에 대해 너무나 둔감하다는 사실이다.

 

학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언론사로서, 이 지면을 빌어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를 보내고 싶다. 본 사건에 대한 경찰수사가 지난 2월 23일부터 진행 중이다. 하루 빨리 사태가 정의롭게 마무리되고, 모두가 다시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

 

건대신문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06 KU 미디어 [Real KU] 3화 - 건국대의 상징은 왜 황소일까요? [2] file ABS 17.04.30 3452
1105 KU 미디어 [Global Life] Imagining Your Global Dream House [32] file 영자신문 17.04.26 5217
1104 청심대 일상 갓 궤도에 오르다 [8] ㅁㄷㄱㄷ 17.04.24 345
1103 KU 미디어 영화로 만나는 '세월호, 망각과 기억2: 돌아 봄' 상영회 열려... [8] 건대신문 17.04.24 2518
1102 청심대 일상 [돼나무숲 요정의 열한번째 먹부림] 테이큰커피 [3] file 돼나무숲 17.04.24 548
1101 KU 미디어 [살 빠질 건대?] 3화 - 헬스 안가고 운동할 건대? [6] file ABS 17.04.24 2686
1100 청심대 일상 기린 오후의 홍차 [4] 상자거북 17.04.23 150
1099 청심대 일상 gs25 완전크닭 후기! [14] file A+ 17.04.21 350
1098 청심대 일상 중고나라 영화예매권 거래 [3] 건국엘리트 17.04.20 485
1097 청심대 일상 칙촉샌드아이스크림 [6] 곤쥬 17.04.19 129
1096 청심대 일상 중문 워너비박스 [1] 특별한 벌 17.04.19 154
1095 청심대 일상 건대 중문 길거리 쪼아 닭강정 [5] 윤슬 17.04.18 329
1094 청심대 일상 동경야시장 [4] 잏이이ㅣ 17.04.17 254
1093 청심대 일상 건대 최성렬 [1] 짜요짜요 17.04.17 249
1092 청심대 일상 건대 감성다방 공부하기좋은카페 [6] 하니하니 17.04.17 1031
1091 청심대 일상 강남/신촌 왔쏘(소고기 무한리필) [3] 건국엘리트 17.04.17 802
1090 청심대 일상 중문 u+앞의 길거리음식 (돈별로 없을시) 아큐브 17.04.16 155
1089 청심대 일상 클리오 올킬 쿠션 잏이이ㅣ 17.04.16 170
1088 청심대 일상 윤씨밀방! [3] icblb 17.04.16 133
1087 청심대 일상 맛잡이슈퍼 강츄.. [1] 몰랑이뀽 17.04.15 95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