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6_11741_08.jpg

 

얼마 전 에세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 <상처 없는 밤은 없다>의 저자, 김해찬(문과대·철학4) 학우를 만나보았다. 그의 글, 일명 ‘해찬글’은 책이 출간되기 이전에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수 만 건의 ‘좋아요’를 확보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서도 이름을 문장으로 풀어쓰는 ‘이름 은유’는 여러 SNS에서 유행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온라인에서의 인기와 더불어 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의 저자가 된 김해찬 학우.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건대신문이 직접 들어보았다.

 

 

글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중학생 때부터 교내 글쓰기 대회에서 글을 쓰곤 했어요. 그 당시에는 문학적인 사명이 있다거나 특정한 인식이 있어서 글을 쓴 건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 ‘어머니’를 주제로 한 백일장이 있으면, 내가 한 번 ‘어머니’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글을 써보는 게 어떨까, 같은 사고들이 바탕이 돼서 백일장에 나가보는 게 재밌었어요. 또 당시엔 싸이월드가 유행했잖아요.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나만 보기로 혼자만의 생각을 글을 적기도 했어요.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철학자들과 사상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는데, 그런 사상들을 바탕으로 글 쓰는 게 재밌었어요.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는 제 인생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분명히 의미 있는데 학교생활 자체는 저랑 많이 안 맞았어요. 그래서 ‘내가 뭘 좋아할까’라는 걸 계속 생각하고, 스스로 알아갈 때 ‘아 내가 글쓰기를 재밌어 하는구나’하고 글 쓰는 일을 정말 재미삼아 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이런 말이 나와요. 사람들은 재미없어하는 일을 하면서도 거기에서 오리지널리티를 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요. 하루키 씨는 재미있지 않은 일은 하지 말라고 해요. 본인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재미에 의해서 글을 쓰기 때문에 거기 안에서 자기 확신성도 생기고, 독창성도 생기는 경우가 많대요. 여기서 저는 ‘아 나는 적어도 항상 나의 재미에 의해서 글을 썼구나’ 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주로 언제 어디서 글을 쓰시는지?

제 작업방식은 글 쓰는 일뿐만 아니라 저의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되어 있어요. 저는 세 시간짜리 강의를 들으면 최소 여섯 번 이상은 왔다 갔다 해요. 엉덩이를 오래 못 붙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주어진 1시간 중에 50분 동안 공부하기 싫다는 감정이 들면, 저는 그냥 공부를 안 해요. 멍 때리고, 핸드폰 만지작거리고 하다가 일순 ‘아 지금은 집중이 되겠다!’ 하는 순간이 와요. 그럼 그 10분 동안 집중해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50분 동안 하기 싫으면 안 하고, 나름대로 능률을 올리다가 한순간에 그 50분 동안 했을 양을 하는 거죠. ‘어중간하게 50분을 할 바에 내가 하고 싶을 때 하자’ 이런 스타일인데, 글 쓰는 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일부러 내가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서 억지로 하기 보다는, 집에서 진짜 쉬고 싶으면 쉬고, 지금 한 문장 밖에 안 나오면 한 문장만 쓰고 그래요. 정말 편한 곳에서 하고 싶을 때만, 내가 내뱉고 싶은 문장을 내뱉을 수 있는 그런 순간에만 글을 쓰려고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존 키츠 시인을 정말 좋아해요. 존 키츠가 평생 한 명만을 사랑하면서 그 여자에게 쓴 러브레터가 있어요. 존 키츠가 25살에 요절한 다음에, 그 러브레터들이 묶여서 시집으로 나왔어요. 제가 그 러브레터를 진짜 좋아하는데, 특히 <빛나는 별>이라는 글을 좋아해요.

 

존 키츠의 시에는 불순물을 전부 제거해놓고서는 거기에 애절함만 담아놓은 문장들이 진짜 많아요. 그 애절함이 아름다워서 존 키츠를 좋아해요.

 

두 번째로 이이체 시인을 좋아해요. 이이체 시인이 내뱉는 단어들에는 ‘혀’, ‘독’, ‘가시’, ‘심장’, ‘심장병’, 문장으로 보자면 ‘당신을 부르고 싶은데 입이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많아요. 이런 퇴폐적인 단어들을 많이 내뱉는데 이 퇴폐성 속에 결국 영원할 수 없는 그런 아픔들이 담겨 있어서 이이체 시인이 좋은 것 같아요. 존 키츠와 이이체, 두 시인의 시를 같이 놓고 읽는 게 제 나름의 문학놀이인 것 같아요. 한 사람은 영원을 말하고 있는데 이 사람은 영원할 수 없는 아픔을 말하고 있고.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고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 예상하셨나요

아무래도 그건 예상할 수밖에 없는 게, 이건 제가 잘나서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SNS를 통한 인지도가 바탕에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이제 와서 느끼는 게, SNS를 가지고 제가 일으킬 수 있는 이런 흥행들은 억지 흥행이에요. 진정 작품이 뛰어나서 흥행을 일으키는 것과 그걸 흥행시킬 수 있는 힘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이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흥행을 예상은 했지만, 그 흥행이 아직 저 스스로에게는 많이 부끄러워요. 물론 ‘너의 글로 길러온 인지도 또한 너의 힘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제 글에 대한 부끄러움이죠. 나중에는 뛰어나게 제 글이 더 성장을 해서, 부끄럽지 않도록. 그리고 정말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책을 쓰고 싶어요.

 

 

앞으로의 신간 계획이 있다면?

첫 책을 낸 출판사 ‘필름’에서 다음 책이 6월에 예상에 있고, 출판사 ‘북로그컴퍼니’에서 출판제의가 들어왔어요. 출판사 대표님께서 지금 가장 문장이 뛰어난 걸 보는 게 아니고 이 친구 안에 담아져있는 가치들을 봤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앞으로 쭉 책을 쓰고자 마음을 먹었고. 그래서 다음 책들은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사실 제 꿈이 완벽하게 ‘작가’ 이건 아니에요. 니체 같은 경우엔 시인, 철학자였어요. 예를 들어 허지웅도 문화평론가이자 작가죠. 저도 그런 식으로 철학자, 작가, 문화평론가, 이쪽 세계에서 몸을 담고 싶은 인간이라… 그래서 책은 앞으로도 쭉, 평생 쓸 생각입니다.

 

 

평생이요?

적어도. 제 밑천이 바닥날 때까지는요. 아니면 밑천이 바닥나면, 우리 다자이씨처럼 자살을 한 번. 흐흐.

 

 

사람들이 스스로를 어떤 작가로 기억하면 좋을지?

첫 번째. SNS 작가로는 절대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무조건 현재 제 성장에 관련해서 첫 번째가 그 딱지를 떼는 거예요.

 

두 번째로는 힐링하는 사람으로는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이 사람은 위로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외면하고자 했던 가치들을 한 번 더 떠올리게 해주는 작가. 그렇게 기억에 남고 싶어요. 그냥 괜찮아요, 잘 될 거예요. 아니요.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안 된다면 거기서 무언가를 하나 가져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현명 기자  wisemew@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138 대외활동 국내 최초 대학생 연합 브랜딩 동아리 브랜드림에서 23기를 모집합니다! (~0... 홍이이이 16.08.29 53
10137 자유홍보 스카이프 1:1 원어민 영어회화수업 소개 드립니다.~~~ 라쿤 16.08.29 382
10136 자유홍보 ☆고전음악감상실 리모델링 관련 공지☆ [1] 하프물범 16.08.29 333
10135 동아리 모집 ☆고전음악감상실 리모델링 관련 공지☆ 하프물범 16.08.29 97
10134 대외활동 건대 십시일밥에서 2학기(7기) 봉사자분들을 모집합니다!!^^ tenspoon 16.08.29 68
10133 자유홍보 원하는 이성과 CGV에서의 영화관람 지원해요! 연애 16.08.29 300
10132 자유홍보 ■■■ [대학생 미팅] 미팅 잡을 땐 '미플' ■■■ file tmxkxmdjq22 16.08.29 358
10131 자유홍보 ▶간단pc알바/투잡 하기(하루3시간) 향기로운 16.08.29 231
10130 자유홍보 [미래경영아카데미] 8개월만에 세무사 1차 합격하기!! file 미래소년 16.08.29 320
10129 자유홍보 [무료강의] 공유가치창출(CSV) 전문가 양성과정~9/22 CSV 16.08.29 467
10128 자유홍보 ★방학특가 !! 건국대학생 및 직계가족 시력교정 우대할인 안내 밤에뜨는해 16.08.29 211
10127 자유홍보 ★★★시설봉사연합동아리 '아름'에서 66기 신입을 모집합니다.★★★(~10/1) 안녕하셔쎄여 16.08.29 222
10126 자유홍보 ♥건대 여학생을 위한 SKY생들과의 소개팅 ! 스카이피플 16.08.29 395
10125 분실물찾기 지갑을 찾습니다 뚱뚱한 물도마뱀 16.08.29 83
10124 자유홍보 [IT취업무료교육] 평생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요? 웹프로그래머 취업... 무료교육센터 16.08.29 176
10123 대외활동 [링커스]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열정 가득하고 어 있는 뇌섹남녀분들 모실게... file 도레미 16.08.29 61
10122 동아리 모집 (추가모집) 건국대학교 중앙락밴드 AQUI에서 16학번 보컬모집!! ㅏㅏ 16.08.29 107
10121 자유홍보 (추가모집) 건국대학교 중앙락밴드 AQUI에서 16학번 보컬 모집!! ㅏㅏ 16.08.29 313
10120 대외활동 국내 최초 대학생 연합 브랜딩 동아리 브랜드림에서 23기를 모집합니다! (~0... 홍이이이 16.08.28 46
10119 대외활동 (D - DAY DAY)[전공강연,멘토링,봉사] 전공강연동아리 COM.MA에서 신입멘토... file 오용 16.08.28 56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