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505 추천 수 1 댓글 13

 박근혜 대통령은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순간부터 꾸준히 ‘올바른 역사관’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지난해 늦은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국정교과서 집필 사업은 박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가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모습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한 대통령이 현재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되고 국정에 대한 신뢰도ㆍ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이 시기에, 국정교과서가 등장할 것을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리라. 


 「초중등교육법」 제29조 1항을 보면, “학교에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국정교과서), 교육부장관이 검ㆍ인정한 교과용도서(검ㆍ인정교과서)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동시에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3조 1항은 “학교의 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는 반드시 이를 사용하여야 하고, 국정도서가 없을 때에는 검정도서를 선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과용 도서의 집필ㆍ발행은 국회의 논의대상이 되지 않는다. 즉, 교과서는 오롯이 행정부의, 또는 교육부의 정책방침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역사는 서술방식에 따라 인물, 사건, 나아가 그 시대 자체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게 된다. 따라서 역사학에는 다양한 시각의 접근
중 ‘최선의 답’이 존재할 뿐, ‘정답’은 없다. 1992년 11월, 헌법재판소는 “(교과서에 있어) 국정제도 보다는 검ㆍ인정제도를, 검ㆍ인정제도 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아울러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결(89헌마88)을 내놨다. 같은 판결문에는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라는 내용이 뒤따르고 있다.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사학계의 거의 모든 교수ㆍ학자들이 집필 거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발은 이때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학자ㆍ교육자로서의 기본적인 신념에 입각한 집필 거부가 들불처럼 번진 가운데 모집된 집필진이다. 28일 현장검토본 공개와 함께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한 것이 밝혀진 우리대학 한상도(문과대ㆍ사학) 교수의 “(학자로서의 신념보다) 친정같은 국사편찬위원회의 위기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인터뷰는 밝혀진 국정교과서 집필진이 실은 사사로운 인정, 인연을 중심으로 뭉친 집필진이 아닐까하는 의혹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논쟁이 처음 대두됐을 때, 사회적인 우려는 그 내용이 편향적으로 서술될 것에 대한 우려였다. 시민들은 ‘중립적인(공정한)’ 역사관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를 고민했다. 이러한 정치철학적 고민이 무색하게, 실체를 드러낸 국정교과서의 본모습은 어쭙잖다.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한다. 단지 ‘의리’를 지키기 위해 모인 이들이 집필한 도서를 교과서로 채택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는 성숙하지 못한가? 

 

건대신문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198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대 증산도 동아리 새맞주 이벤트! [2] file 네드캄프 17.09.04 209
11197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대학교 천주교 동아리 쿼디 에서 회원님들을 모집합니다. [4] file 권이 17.09.03 176
11196 KU 미디어 [칼럼]여행의 그늘 [22] 건대신문 17.09.03 2788
11195 KU 미디어 [칼럼]새내기의 두 가지 고민 [25] 건대신문 17.09.03 3060
11194 KU 미디어 [칼럼]언론이 '언론'다운 나라 [16] 건대신문 17.09.03 2515
11193 KU 미디어 [사설]도서관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 [21] 건대신문 17.09.03 2678
11192 KU 미디어 [사설]인턴 제도, 청년들의 절박함을 이용하지 않길 [18] 건대신문 17.09.03 2567
11191 KU 미디어 여행을 통해 철학을 찾는 사람 [17] 건대신문 17.09.02 2679
11190 KU 미디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예매하는 방법 [15] 건대신문 17.09.02 6772
11189 KU 미디어 9.288km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의 하루 [12] 건대신문 17.09.02 3302
11188 KU 미디어 이제는 ‘행동’하는 사람이 될 때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사회운동... [11] file 건대신문 17.09.02 2799
11187 청심대 일상 [돼나무숲 요정의 스물다섯번째 먹부림] 중문 서울바싹불고기 [3] file 돼나무숲 17.09.02 245
11186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산악부 동아리 KUAC 모집합니다~ [2] file 키다리녀 17.09.01 198
11185 청심대 일상 후문 미셸샌드위치 [4] 주연 17.09.01 365
11184 건대교지 건대교지 112호가 발간됩니다! [44] file 건대교지 17.09.01 12780
11183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대학교 클래식 기타 동아리 MUSE에서 신입부원을 모집하고... [1] file 닉넴뭐해요 17.08.31 165
11182 KU 미디어 전임 노조 위원장 복직과 보상금 지급 놓고 대학본부와 노조 의견대립 -대학... [14] 건대신문 17.08.31 2890
11181 KU 미디어 하계 계절학기 현장실습, 학우들 실무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나 -... [14] 건대신문 17.08.31 3627
11180 KU 미디어 상허문화재단, 설립취지와 추진사업 되돌아봐야 -주최 세미나에서 정치편향 ... [15] 건대신문 17.08.31 2522
11179 KU 미디어 2학기 단과대별 학생복지 사업과 행사들을 알아보자! [10] file 건대신문 17.08.31 3684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