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498 추천 수 1 댓글 13

 박근혜 대통령은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순간부터 꾸준히 ‘올바른 역사관’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지난해 늦은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국정교과서 집필 사업은 박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가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모습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한 대통령이 현재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되고 국정에 대한 신뢰도ㆍ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이 시기에, 국정교과서가 등장할 것을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리라. 


 「초중등교육법」 제29조 1항을 보면, “학교에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국정교과서), 교육부장관이 검ㆍ인정한 교과용도서(검ㆍ인정교과서)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동시에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3조 1항은 “학교의 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는 반드시 이를 사용하여야 하고, 국정도서가 없을 때에는 검정도서를 선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과용 도서의 집필ㆍ발행은 국회의 논의대상이 되지 않는다. 즉, 교과서는 오롯이 행정부의, 또는 교육부의 정책방침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역사는 서술방식에 따라 인물, 사건, 나아가 그 시대 자체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게 된다. 따라서 역사학에는 다양한 시각의 접근
중 ‘최선의 답’이 존재할 뿐, ‘정답’은 없다. 1992년 11월, 헌법재판소는 “(교과서에 있어) 국정제도 보다는 검ㆍ인정제도를, 검ㆍ인정제도 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아울러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결(89헌마88)을 내놨다. 같은 판결문에는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라는 내용이 뒤따르고 있다.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사학계의 거의 모든 교수ㆍ학자들이 집필 거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발은 이때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학자ㆍ교육자로서의 기본적인 신념에 입각한 집필 거부가 들불처럼 번진 가운데 모집된 집필진이다. 28일 현장검토본 공개와 함께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한 것이 밝혀진 우리대학 한상도(문과대ㆍ사학) 교수의 “(학자로서의 신념보다) 친정같은 국사편찬위원회의 위기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인터뷰는 밝혀진 국정교과서 집필진이 실은 사사로운 인정, 인연을 중심으로 뭉친 집필진이 아닐까하는 의혹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논쟁이 처음 대두됐을 때, 사회적인 우려는 그 내용이 편향적으로 서술될 것에 대한 우려였다. 시민들은 ‘중립적인(공정한)’ 역사관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를 고민했다. 이러한 정치철학적 고민이 무색하게, 실체를 드러낸 국정교과서의 본모습은 어쭙잖다.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한다. 단지 ‘의리’를 지키기 위해 모인 이들이 집필한 도서를 교과서로 채택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는 성숙하지 못한가? 

 

건대신문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058 KU 미디어 [사설]좋은 강의가 필요하다 건대신문 18.12.23 1243
12057 KU 미디어 [칼럼]아쉽고 아쉽다 건대신문 18.12.23 1126
12056 KU 미디어 [칼럼]이어폰 밖 노래 소리에 이어폰을 뺀 적 있다면, 당신은 ABS를 알고 있다 건대신문 18.12.23 1178
12055 KU 미디어 [칼럼]우리대학, 명문사학 반열에 들어서려면 '조직'만을 위한 정책 탈피해야 건대신문 18.12.23 1193
12054 KU 미디어 [칼럼]무지의 특권 [1] 건대신문 18.12.23 1442
12053 KU 미디어 [여행]국민의 뜻에 따라 역사는 흐른다 건대신문 18.12.23 1070
12052 KU 미디어 [학술]새로운 플랫폼의 시작, VR과 AR [1] 건대신문 18.12.23 1264
12051 KU 미디어 [학술]최재헌 교수의 세계유산이야기 - ③ 해인사 장경판전 건대신문 18.12.23 1387
12050 리뷰게시판 보헤미안 랩소디 [6] 다라마바아 18.12.12 215
12049 리뷰게시판 국가부도의 날 부자 콩새 18.12.10 125
12048 리뷰게시판 후문 커피집 커피웨이즈 [3] 에잉 18.12.10 268
12047 리뷰게시판 후문 타이플레이트 [1] 에잉 18.12.10 173
12046 리뷰게시판 능동샐러드 [1] 삼감김밥우동 18.12.10 166
12045 리뷰게시판 뱃놈 삼감김밥우동 18.12.10 168
12044 리뷰게시판 세븐스테이크 [1] 삼감김밥우동 18.12.10 178
12043 리뷰게시판 도쿄 420 [1] 삼감김밥우동 18.12.10 187
12042 KU 미디어 [보도]PRIME사업, 3년의 발자취를 밟아본다 [4] 건대신문 18.12.09 1881
12041 KU 미디어 [보도]2018 건대신문 문화상 [4] 건대신문 18.12.09 1918
12040 KU 미디어 [보도]서울·글로컬캠퍼스 다전공 장벽 해소 [1] 건대신문 18.12.09 1550
12039 KU 미디어 [보도]건대교지 호외 발간, 학생자치언론기구인 교지의 향방은? 건대신문 18.12.09 1367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