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508 추천 수 1 댓글 13

 박근혜 대통령은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순간부터 꾸준히 ‘올바른 역사관’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지난해 늦은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국정교과서 집필 사업은 박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가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모습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한 대통령이 현재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되고 국정에 대한 신뢰도ㆍ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이 시기에, 국정교과서가 등장할 것을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리라. 


 「초중등교육법」 제29조 1항을 보면, “학교에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국정교과서), 교육부장관이 검ㆍ인정한 교과용도서(검ㆍ인정교과서)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동시에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3조 1항은 “학교의 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는 반드시 이를 사용하여야 하고, 국정도서가 없을 때에는 검정도서를 선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과용 도서의 집필ㆍ발행은 국회의 논의대상이 되지 않는다. 즉, 교과서는 오롯이 행정부의, 또는 교육부의 정책방침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역사는 서술방식에 따라 인물, 사건, 나아가 그 시대 자체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게 된다. 따라서 역사학에는 다양한 시각의 접근
중 ‘최선의 답’이 존재할 뿐, ‘정답’은 없다. 1992년 11월, 헌법재판소는 “(교과서에 있어) 국정제도 보다는 검ㆍ인정제도를, 검ㆍ인정제도 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아울러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결(89헌마88)을 내놨다. 같은 판결문에는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라는 내용이 뒤따르고 있다.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사학계의 거의 모든 교수ㆍ학자들이 집필 거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발은 이때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학자ㆍ교육자로서의 기본적인 신념에 입각한 집필 거부가 들불처럼 번진 가운데 모집된 집필진이다. 28일 현장검토본 공개와 함께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한 것이 밝혀진 우리대학 한상도(문과대ㆍ사학) 교수의 “(학자로서의 신념보다) 친정같은 국사편찬위원회의 위기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인터뷰는 밝혀진 국정교과서 집필진이 실은 사사로운 인정, 인연을 중심으로 뭉친 집필진이 아닐까하는 의혹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논쟁이 처음 대두됐을 때, 사회적인 우려는 그 내용이 편향적으로 서술될 것에 대한 우려였다. 시민들은 ‘중립적인(공정한)’ 역사관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를 고민했다. 이러한 정치철학적 고민이 무색하게, 실체를 드러낸 국정교과서의 본모습은 어쭙잖다.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한다. 단지 ‘의리’를 지키기 위해 모인 이들이 집필한 도서를 교과서로 채택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는 성숙하지 못한가? 

 

건대신문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018 자유홍보 영어로 호통치기 캠블리 16.08.20 206
10017 자유홍보 ★ 감성 아날로그 소개팅, '우리 연애할까요?' By 우연이★ 구름뭉게뭉게 16.08.20 357
10016 자유홍보 주말/평일 시간자유 아르바이트 구함 예은맘 16.08.20 302
10015 자유홍보 구인합니다(3명) 미래기업 16.08.20 268
10014 자유홍보 짬나는시간 알바 하기(하루3시간) 향기로운 16.08.20 278
10013 자유홍보 이사 - 원룸, 하숙, 고시촌 등 쉽고 빠르게! 07건대 16.08.20 264
10012 자유홍보 '볼매'를 영어로? 캠블리 16.08.20 540
10011 자유홍보 전원 기프티콘 증정] 여학생 여러분!! 온라인 설문조사 부탁드려요 쿵쿵기리 16.08.19 335
10010 자유홍보 CGV에서 일어나는 이성과 영화관람 ♥ 연애 16.08.19 349
10009 자유홍보 집에서 단순 업무로 고수익 벌기 우주엄마 16.08.19 445
10008 자유홍보 뮤지컬의 기초부터 공연까지!!! THE열정 뮤지컬 7기 모집! file 늴리 16.08.19 395
10007 자유홍보 환경부문 콘텐츠 공모전 씽굿 16.08.19 391
10006 자유홍보 회계사, 세무사시험대비 최신인강 20% 할인_미래경영아카데미 미래소년 16.08.19 430
10005 대외활동 건대 십시일밥에서 2학기(7기) 봉사자분들을 모집합니다!!^^ tenspoon 16.08.19 70
10004 자유홍보 ♥건대 여학생을 위한 SKY생들과의 소개팅 ! 스카이피플 16.08.19 266
10003 자유홍보 제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 지원작 공모 file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16.08.19 191
10002 자유홍보 피아노 연합동아리 '피아노포르테'에서 신입부원을 모집합니다! 짱구야놀쟈 16.08.19 439
10001 자유홍보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아르바이트 file owl63 16.08.19 356
10000 자유홍보 ★★ 9월 특별 혜택!!! 강남 파고다 대표 핵토익(+ 수강생 후기) ★★ 라면한사라 16.08.19 164
9999 자유홍보 집에서 남는시간 활용하여 돈벌기(고수익가능) 우주엄마 16.08.19 227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123 124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