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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호] 떠난 이는 말이 없고, 진실은 중요치 않은 세상

 

'미인도' 위작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고(故) 천경자 화백은 미인도를 두고 지난 1991년에 "내가 그린 게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천 화백의 그림이 맞다"고 판정했다. 잊혀진 25년 전 스캔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천 화백이 두 달 전 타계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부터다.

이후,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와 그의 남편 문범강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미인도 위작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은 본격화됐다. 또한, 김씨는 미인도를 어머니의 작품으로 규정한 국립 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을 비롯한 6명을 사자(死者)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미인도는 검찰의 초청으로 국내에 들어온 프랑스 연구 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감정을 받고 있다.

어쩌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미인도 논란으로 말머리를 연 이유는, 10기압 이상의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고 317일 만에 숨진 백남기 농민의 '사인 공방'과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인도 위작에 대한 가장 명백한 검증은 이미 천 화백의 입으로부터 나왔다. 작가가 작품을 두고 "내 것이 아니다"라고 증언한 사실보다 더욱 명확한 증거가 있을까?

하지만, 당시 언론과 미술계는 천 화백을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작가'라고 조심스레, 그러나 정확하게 비난했다. 미인도의 작가가 천 화백이 아니라면, 돈으로 환산되는 작품의 가치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입장이 난처해지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그들에겐 어쩌면 '명확한 증거'보다 '믿고 싶은 증거'가 필요할지 모른다.

믿고 싶은 증거가 필요한 사람들

 

백 농민의 사인을 두고 미인도 위작과 같은 불필요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미인도가 천 화백의 품이 아니면 입장이 곤란해지는 '돈 많은' 그들처럼, 백 농민이 지병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면 입장이 곤란해지는 '힘 있는' 이들이 끌고 온 논란이다.

 

민중은 올바른 진실을 요구하지만,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은 대다수가 침묵하고 있거나, 동조하고 있다. <뉴데일리>에 기재된 살천스런 칼럼 '지긋지긋한 시체팔이'(지금은 '사망유희'로 제목이 바뀌었다)와 같은 논조의 얘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백 농민이 시위 중에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고, 구급차에 실리는 생생한 영상을 우리가 모두 봤다. 응급실에 실려 간 직후 찍은 뇌 CT사진엔, 뇌안에 급성 출혈과 외부에서 들어온 공기가 관찰됐음에도 서울대병원은 사망원인을 '병사'로 기록했다.

검찰은 한 번 기각된 '부검 영장'을 다시금 청구했고, 법원은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조건부로 영장을 발부했다. 영상과 CT 사진 등 명백한 증거에도 몇몇 사람들은 '병사 기록', '불필요한 부검' 등 믿고 싶은 증거를 생산해 내고 있다.

반면, 병사기록을 한 서울대학 병원과 달리 서울대학교 의대 학생들은 "배운 것과 다르다"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명확한 증거들 앞에서도 부검을 진행하려는 국가권력에 민중들은 많은 질타를 보내고 있다.

백 농민의 사인은 이미 모두가 판단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한 증거들이 존재한다. 검증해야할 것은 이미 밝혀진 백 농민의 사인이 아닌, 경찰의 폭력진압의 과정이다. 시커먼 속내로 생산되는 다른 증거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진실이 중요하지 않은 세상에서 외치는 당신의 목소리가 세상을 떠난 이에게 닿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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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용 부국장

정두용 기자  jdy2230@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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