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베네치아, '물의 도시'라는 말은 그냥 비유가 아니었어

 

총 14박 15일 간의 여정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일주일 정도는 이탈리아에서 보냈다. 이런 일정이라면 그 유명한 베네치아에 한 번은 들러주는 것이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탐방 5일차, 닥터정 탐방대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향했다.

 

 

8763_11649_4555.jpg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 겨울철만 되면 아쿠아 알타 현상에 의해 침수되기 일쑤다. 야외 수영장처럼 물이 차오른 광장의 모습도 나름 장관이라고 한다. (사진ㆍ심재호 기자)

 

면적 414.57㎢, 서울시 면적 2/3 크기의 이 섬엔 연 평균 2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들지만, 정작 인구는 그 1%에 불과한 27만 명으로, 사실상 이 섬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거의 모두 관광객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물의 도시’라는 이름답게 섬을 관통하는 S자모양의 대운하가 파여 있으며, 그것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퍼진 작은 운하들이 베네치아만의 ‘골목길’을 이루고 있다. 말 그대로, 대부분의 골목이 운하로 돼있다. 뒷문을 나서며 한 발짝만 떼면 바로 물에 빠지게 되는 구조다.

 

베네치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는 이 커다란 도시에 도로가 단 1센티미터도 깔려있지 않다는 점, 둘째는 이 도시의 상징인 ‘물’이 주민들에겐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라는 점이다.

 

베네치아의 기본적인 교통수단은 배 또는 자신의 튼튼한 두 다리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역시 관광객을 태운 곤돌라지만, 본격적인 교통수단으로서 사용되는 배는 주로 수상택시나 ‘바포레토’라 불리는 일종의 수상버스다. 물론 유명한 관광도시답게 이 바포레토 또한 수송용과 관광용 두 가지 종류가 운영 중이다. 반쯤 여담이지만, 베네치아에 상륙하기 하루 전날, 탐방대 사이에선 베네치아의 명물 곤돌라를 타고 골목길이나 한 바퀴 돌 것이냐, 분위기는 좀 떨어지지만, 일반 모터보트인 수상택시를 타고 대운하를 가로질러 베네치아 심장부를 구경할 것이냐 한 바탕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다. 결론은 수상택시였다.

 

어쨌건 이러한 교통 환경 덕분에 베네치아 곳곳에선 택배나 식수, 가게의 상품 등 물자를 실어 나르는 작은 보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뜨거운 태양빛 아래 딱 맞는 민소매 티를 걸치고 구릿빛 팔뚝을 과시하는 젊은 선원들도 덩달아 눈에 띈다.

 

이러한 물의도시 베네치아에서 가장 큰 골칫덩이가 바로 물이다. 특히 겨울철, 베네치아를 비롯한 이탈리아 북부 연안에서는 갑작스런 조위 상승으로 인한 침수피해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러한 해수 범람현상을 ‘아쿠아 알타’라고 부르는데, 침수된 1m 이상 넘어가기도 한다. 때문에 베네치아에 있는 모든 건물은 실내침수를 막기 위한 철문과 침수 시 도보 이동을 위한 다리 따위가 설치돼있다. 만약 겨울철 베네치아에 들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물의 도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베네치아의 모습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적 이상기후로 인한 것인지, 아쿠아 알타의 빈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1세기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대표적으로 베네치아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산마르코 광장은 20세기 초 불과 연 평균 10회 미만으로 침수되던 것이 최근 80회 이상 물에 잠기고 있다. 이는 안 그래도 연약한 베네치아의 지반침식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물론 지반침식은 베네치아의 해묵은 문제기 때문에 노련한 대처방법이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언제 건축물 붕괴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여기에 덮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세계적인 해수면 상승 추세는 베네치아가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리게 만들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현 건국대 총동문회장인 정건수(상경대ㆍ상과 20회 졸) 박사의 후원을 통해, 서유럽 등지를 탐방하는 ‘Dr.정 해외문화탐방’ 연재 기사입니다.

 

심재호 기자  sqwogh@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958 청심대 일상 우동가조쿠 [1] 뀨유유유 17.06.05 123
10957 청심대 일상 개미집 3 닭볶음탕 [5] 뀨유유유 17.06.05 162
10956 청심대 일상 [후문 가츠시]양껏 맛있는 돈까스 먹으러 가고싶을땐 여기 [7] file Treenism 17.06.05 260
10955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52번째 영화, 대립군 (2017) [1] 김노인의영화리뷰 17.06.03 193
10954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51번째 영화, 원더우먼 (2017) [7] 김노인의영화리뷰 17.06.03 154
10953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KU constructed latest lecture rooms to a large scale [43] file 영자신문 17.05.30 3153
10952 청심대 일상 세종대 학식 후기 : 돈까스정식편 [5] file 화려한 엔사티나도롱뇽 17.05.30 555
10951 청심대 일상 민벅 [1] 바악경 17.05.29 545
10950 청심대 일상 세종대 학식 생생 후기 : 소금구이편 [10] file 일등 얼룩검은멧새 17.05.29 677
10949 건대교지 [카드뉴스] 목숨을 잃은 개구리 페페 [56] file 건대교지 17.05.26 29090
10948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50번째 영화, 겟 아웃 (2017) [10] 김노인의영화리뷰 17.05.26 266
10947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49번째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2017) [1] 김노인의영화리뷰 17.05.26 98
10946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48번째 영화, 킹 아서: 제왕의 검 (2017) [1] 김노인의영화리뷰 17.05.26 103
10945 KU 미디어 남자는 미술과 어울리지 않는다, 공장에서 여성은 뽑지 않는다? -‘공대생은 ... [24] 건대신문 17.05.24 6534
10944 KU 미디어 우리는 왜 대학에 왔는가 - 유학생편(3/4) [30] file 건대신문 17.05.24 4209
10943 KU 미디어 “꿈을 유기하지 마세요” … 따끈따끈한 신인 웹툰 작가, ‘꿈나무’를 만나다 [24] 건대신문 17.05.24 3657
10942 KU 미디어 스펙보다는 권익증진에 시선을 맞춘 우리대학 학생모임 [19] 건대신문 17.05.24 2943
10941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ABEEK Is Not Optional But Mandatory for Engineering S... [36] file 영자신문 17.05.23 11007
10940 KU 미디어 [건국인이 알아야할 건국맛집] 5화 - 숨은맛집편 [14] file ABS 17.05.23 3548
10939 청심대 일상 코코도리(후문) [4] 옥수수떡 17.05.23 188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