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티칸, 뜨거운 태양마저 압도하는 성베드로 성당

 

현 건국대 총동문회장인 정건수(상경대ㆍ상과 20회 졸) 박사는 역대 졸업생 중 가장 활발하게 기부활동을 하고 있는 동문이다. 그는 이미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수억 원씩 10년 간 총 20억 원 가량의 장학기금을 출연해왔고, 2014년에는 50그루의 소나무를 기증하기도 했다. 상허박물관부터 언어교육원으로 이어지는 소나무동산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번 학기동안 연재될 <서유럽 탐방 스케치>역시 그 덕분에 나오게 됐다. 정 박사의 후원을 통해 서유럽 등지를 탐방하는 ‘Dr.정 해외문화탐방’ 프로그램은, 2012년도부터 시작돼 올해 5기 탐방대원들을 배출했다. 이쯤에서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본 기자, 이들과 함께 유럽 다녀왔다. 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영국으로 이어진 14박 15일 간의 여정을 이번 학기 내내, 여러분께 자랑해드리도록 하겠다.

 

8709_11633_940.jpg

 

살벌하게 내리쬐는 태양빛은 관광지라고 봐주지 않았다. 탐방 첫날, 그나마 아직 땅이 달궈지기 전에 도착한 콜로세움에선 탐방대 모두 비교적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로마 공회장 터를 지나 일명 ‘소원의 분수’로 통하는 트레비 분수 앞에 도착했을 쯤엔 이미 다들 그늘을 찾아 헤매며 떠돌기 시작한 상태였다.외국인 여행객에게 한 여름의 로마는 단 두 가지로 설명된다. 즐비한 유적지와 따가운 햇살. 특유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건축물 리모델링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로마 도심지의 건물들은 모두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가히 도시 전체가 유적지라 볼 수 있다. 햇살은 어찌나 강렬한지, 일조량과 기온이 가장 높게 올라가는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가게들이 잠시 영업을 중단할 정도다.

 

이러한 행태는 바티칸 박물관(엄밀히 말해 로마는 아니다)에서 극에 달했는데, 실내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전까진 설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땡볕아래 나온 현지 가이드를 제외한 모두가 그늘 밑에 숨어 두 눈만 하얗게 번뜩였다.

 

기자에게 이 고통스러운 더위를 싹 잊게 해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성당, 성 베드로 대성당이다. 탐방대가 도착한 날은 마침 지난 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자비의 희년’ 주간(올해 11월 종료된다)에 해당한 덕분에, 운 좋게 성문(聖門)을 통해 입장할 수 있었다. 이번과 같은 특별주간을 제외하면,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문은 25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성년(聖年)에만 개방된다.

 

잠시 이야기가 샜다. 어쨌든 태양을 피해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이 성당이 종교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설계됐다는 설명을 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신화를 묘사한 셀 수 없이 많은 예술품들이 인간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아득하게 높은 천장에 매달린 반듯한 유리창에서는 새하얀 빛줄기가 선명하게 흘러내렸다. 성 베드로의 유해 위에 세워진 제단 앞에 섰을 때는 없던 신앙심마저 생길 지경이었다. 이 지나칠 정도로 숭고한 성당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땀을 흘리다 죽어갔을지 상상하면 등골이 오싹했다. 책에서 활자로나 보던 그 ‘로마제국의 위엄’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더위는 한 순간에 물러갔다.

 

심재호 기자  sqwogh@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098 KLOSET : 패션매거진 KLOSET 디자이너 구인 file KLOSET 19.02.13 37965
12097 KU 미디어 [만평]화이팅 새내기! [2] 건대신문 19.02.09 2333
12096 KU 미디어 [캠퍼스맵]우리 대학 캠퍼스를 소개합니다 [5] 건대신문 19.02.09 8688
12095 KU 미디어 [칼럼]성인이 되어서 마주하는 또 다른 시발점 [1] 건대신문 19.02.09 1573
12094 KU 미디어 [칼럼]당신을 듣다, 진실을 말하다! 건대신문 19.02.09 1438
12093 KU 미디어 [칼럼]광장의 중심에서 해방을 외치다 건대신문 19.02.09 1145
12092 KU 미디어 [인터뷰]‘티켓파워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중을 사로잡은 팔색조 매력... [1] 건대신문 19.02.09 1606
12091 KU 미디어 [학교생활TIP]건대신문에서 알려주는 새내기를 위한 꿀팁 건대신문 19.02.09 5813
12090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대학교 배드민턴 중앙동아리 PLUMA에서 공개운동을 진행합... file Ben99 19.02.08 97
12089 KU 미디어 [보도]“대학 생활의 핵심은 장학금이죠?!” 건대신문 19.02.02 2584
12088 KU 미디어 [보도]학사 제도 정확히 알고 학교 다니자! 건대신문 19.02.02 5698
12087 KU 미디어 [보도]대학 생활의 시작 수강 신청 - 첫 단추를 잘 끼워보자! 건대신문 19.02.02 2742
12086 KU 미디어 [포토뉴스]"이번 역은 건대입구, 건대입구 역입니다" 건대신문 19.02.02 2267
12085 KU 미디어 [포토뉴스]우리 대학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 추가 설치 건대신문 19.02.02 1236
12084 KU 미디어 [보도]국제 프로그램으로 경험하는 해외 CAMPUS LIFE 건대신문 19.02.02 1171
12083 KU 미디어 [보도]새내기라면 꼭 기억하세요! 건대신문 19.02.02 2071
12082 KU 미디어 [보도]2019년 첫 대회 좋은 결과 거둬 건대신문 19.02.02 1455
12081 KU 미디어 [보도]KUL:HOUSE, 3월 1일부터 신입생 포함 정규입사 시작 [2] 건대신문 19.02.02 1509
12080 KU 미디어 [보도]PRIME 장학, 올해부터는 교비로 지원 건대신문 19.02.02 2404
12079 KU 미디어 [보도]2019 신입생 모집 경쟁률 건대신문 19.02.02 1431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