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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영화, 모아나 (2017)

 

믿고 보는 픽사&디즈니가 돌아왔다. 전작들에 비해 “보다” 탄탄해진 다원주의와 여성주의를 들고서 돌아온 픽사&디즈니는 ‘모아나’라는 캐릭터를 통해 여전하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꿈과 열정에 대한 신화를 늘어놓는다. 오프닝 시퀀스 전에 있는 단편부터 한껏 쏟아내는 이야기를 보노라면 이 얼마나 대단한 스토리텔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모아나>는 (작중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남태평양 군도, 그 중에서도 사모아인(혹은 마오리족이나..)의 모습을 한껏 머금었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마우이의 목소리 역을 맡은 드웨인 존슨(프로레슬링 선수 더 락)이 사모아인이다! 덧붙여 마우이의 모습은 로드호그(블리자드 사에서 개발, 제공하는 FPS 게임의 한 캐릭터)의 ‘토아’ 스킨과도 매우 닮았다. 토아 스킨이 사모아인을 컨셉으로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설득력 있지 않은가?

 

여튼, 모아나(아우이 크라발호 목소리)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가 들려주는 신화를 듣고 자란 소녀이자 족장의 딸이다. 나이가 들고, 차기 족장으로서의 교육을 받던 도중 섬에 위험이 닥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친 바다로 나가 마우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디즈니의 시야가 한 단계 더 넓어졌다고 느낀 부분은,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소수민족’이 있다는 것이다.

 

<백설공주>(1937), <신데렐라>(1950), <인어공주>(1989), <미녀와 야수>(1991) 등 전형적인 ‘백인 공주’만을 다뤄왔던 디즈니였다. 주인공임에도 타자화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오던 디즈니는 <포카혼타스>(1995)와 <뮬란>(1998)을 꺼내들며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시아인을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왔다. <뮬란>이 이전의 디즈니 캐릭터들과 특별히 차별화되는 부분은 자신의 인생과 더불어 국가의 명운까지 다잡은 장부 캐릭터라는 점이다.

 

이후 그저 그런 작품들만 내어놓던 디즈니는 <공주와 개구리>(2009)에서 흑인 공주를 꺼내든다. 자, 이제 나올법한 인종은 다 디즈니에서 다룬 꼴이 됐다. 하지만 디즈니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주토피아>(2016)에서 ‘토끼’라는 작고 약한 동물에 비유되는 소수자, 그리고 여성에 대한 담론에 대해 <모아나>에서 확실한 스탠스를 취한 격이 됐다.

 

태평양의 섬 마을에 사는 소수부족(실제로 사모아는 인구가 2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출신의 여자 아이인 모아나는 바다로 나가 ‘강한 남자’, 신이 선택한 전설의 영웅 마우이를 ‘이끌고’ 세계를 구하기 위한 싸움을 한다. 주체적이며,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 삶을 개척하는 모습 그 어디에서도 수동적인 모습의 여성을 발견할 수 없다. 이 얼마나 장족의 발전인가. 극 중 대사에서, 마우이가 공주라고 지칭하는 장면에서 명확하고 간결하게 자신은 공주가 아니며, 족장의 딸임을 어필한다. 그리고 둘의 첫 만남에서도 모아나는 ‘나는 모누투이의 모아나다!’라고 선포한다.

 

<모아나>는 사회적인 맥락과 별개로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높다. 특히나 놀라운 부분은 음악적 측면이다. 흔히 생각할법한 ‘태평양 섬나라의 음악’을 ‘애니메이션 뮤지컬’이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장르에 완벽히 녹여냈다. 특히 신나는 음악의 경우는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그 스타일에 특유의 색깔이 잘 녹아났다고 느껴진다.

 

‘디즈니 스타일’의 영상미도 충분히 눈을 즐겁게 한다. 바로 지난주에 개봉한 <너의 이름은.>이 놀라우리만큼 세밀한 작화와 앵글의 변화였다면 <모아나>는 <라푼젤>에서 보여줬던, 빛을 활용한 연출이 있다.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빛으로 디즈니를 이길 제작사가 존재할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너의 이름은.>이 바디 체인지라는 소재를 새롭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진보했다고 할 수 있다면, <모아나>는 기존 디즈니의 플롯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 없이 제자리걸음이라는 정도? 태평양 지역의 여러 신화들, 특히 작중에서 보이는 대지 모신에 대한 이야기와 항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데 있어 지나치게 ‘디즈니 공식’에 의존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담이지만, 극 중 몇몇 시퀀스에서 지리학도의 여흥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주상절리가 참으로 예뻤다.

 

너른 바다로 나아가는 카누에 담겨있는 것들. 평점은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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